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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견강부회식 탈원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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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견강부회식 탈원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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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원자력발전업계나 학계 전문가의 주장을 보면 견강부회(牽强附會)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냉방용 전력 수요가 증가해 대응 조치를 취하면 조치가 미흡하다며 이를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현실 왜곡이 도를 넘었다. 이들 주장의 허구성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탈원전 정당화를 위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력 수요를 일부러 낮춰 잡아 예비 전력을 충분히 마련해두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수요를 낮게 잡은 게 '탈원전용 예측 조작'이란다. 이번 폭염은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동안 최고 기록이다. 기후 변화로 앞으로도 이런 극한 기상 현상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예측은 과거 자료를 근거로 하기에 극단적인 이상치는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래 수요를 과소 예측하는 대신 수요 증가분을 넉넉히 잡고 전력 예비율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발전소를 더 짓는 게 능사일까? 전력 피크(최고점)일은 1년에 10일이 채 안 된다. 더군다나 최대전력수요는 오후 두세 시간 정도다. 며칠 몇 시간을 위해 수조 원에 달하는 원전을 계속 짓자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둘째, 앞으로 전력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기에 탈원전 정책은 무책임하단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수요 피크 시 전력 소비 상황을 보자. 문을 열어둔 채 냉방하는 상가가 부지기수다. 실내 냉방 온도를 18도에 맞춰 긴 팔을 입어야 하는 곳도 많다. 전력 가격 정책만 제대로 써도 없어질 이런 낭비적인 행태를 그대로 둔 채 전력 공급만 늘리면 만사형통인 걸까? 목표 전력 수요를 초과했다면 이는 수요 관리 실패다. 수요자원(DR) 등 수요 관리 정책 수단은 이미 많이 개발돼 있다. 높은 설비 예비율은 발전 사업자들에겐 이익이 될지 몰라도 사회적으론 손해일 뿐이다. 발전기가 돌아가지 않아도 '용량요금'이란 걸 발전 사업자에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셋째, 여전히 원전이 싸고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간 국민 우려를 불식시킬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도. 원전 안전관리국 일본에서조차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원전 안전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게 사실로 입증됐다. 사고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원전학자들은 말한다. 우리 원자로는 일본과 달라서 괜찮다고. 이 말, 바로 일본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했던 말이다.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지진으로 원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용 후 폐기물이 된 핵연료는 또 어떤가? 이제까지의 사용후핵연료만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 계속 원전을 지어 사용후핵연료를 더 많이 만들어내겠다는 태도야말로 무책임의 극치다.
넷째,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한국의 원전 기술과 산업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번지수가 잘못됐다. 우리나라 원전 시설 용량은 역사상 최고이고, 현재 건설 중인 원자로 5기가 5년 내에 가동될 예정이다. 탈원전은커녕 원전은 확대일로 상태다. 그런데도 찬원전론자들은 탈원전 때문에 전력 공급이 불안한 것처럼 호도한다. 예방 정비 후 가동되는 원전에 대해서도 탈원전 정책 때문에 일부러 세워뒀던 걸 어쩔 수 없이 투입한 걸로 왜곡한다.


원전은 퇴조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이 높아지면서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는 현상이 세계적인 거대 흐름이다. 세계 풍력 시설과 태양광 시설 용량 모두 원전 시설 용량을 넘어섰다. 탈원전이 잘못이라면 탈원전이라는 거대 흐름을 만들어낸 원전의 제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원전업계와 학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답부터 제시하기 바란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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