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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TX 해고 승무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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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TX 해고 승무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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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에 오늘 업로드 될 'KTX 해고 승무원의 편지'의 음악 작업을 도와드렸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동료 지연에게 쓴 편지는 내 가슴을 울렸다. 무더위 속에서도 부산역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이어 2004년 KTX 입사할 때의 추억, 사측의 정규직 전환 약속 파기와 해고, 그 후 이어진 13년의 힘겨운 투쟁 이야기가 펼쳐졌다.



20대 청춘, 가장 아름다워야 할 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내면서 노숙, 단식, 삭발, 고공농성까지 벌였다. 2010년, 드디어 1심 판결이 나왔다. “해고는 무효이며 이들에게 밀린 월급을 지급하라!” 이듬해 2심 판결도 이를 확인해 줬다. 기나긴 투쟁의 끝이 보이는 듯 했다. 힘겨웠던 날들은 그저 추억으로 남을 줄 알았다. 모두들 예전 일터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대법원 판결만 손꼽아 기다렸다.

편지는 그 때 심경을 회상한다. “철도공사가 KTX여승무원을 직접고용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 우리 다들 부둥켜안고 울면서 좋아했었잖아. 기억나? 그 무렵 너도 다른 승무원들과 마찬가지로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부산에서 승무원 모임을 할 때도 투쟁했던 이야기로 몇 시간을 수다 떨면서 웃었잖아.”


그들은 2015년 2월 26일을 절대 잊지 못한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로 KTX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은 물거품이 됐고, 그 동안 받은 임금은 1인당 8,640만원의 빚이 되어 돌아왔다. 그들은 며칠 밤을 새며 울었다. 이자까지 붙어 하루하루 빚이 늘어나는 현실이 너무 힘들었다.

동료 지연이 세상을 떠난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였다. 2016년 3월, 부산에서 1인 시위를 하기로 한 그녀가 연락이 두절됐고, 며칠 뒤 가족을 통해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그녀의 죽음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고, 그녀를 생각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예뻐하던 세 살짜리 딸을 두고 그녀는 왜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누가 젊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얼마 전, 그들의 가슴은 더욱 큰 분노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와 협력한 대표적인 사건이 우리 사건이래. 그때 대법 판결을 두고 다들 정치적 판결이라고 의심했었잖아. 그게 사실로 드러난 거야.” 너무 억울했던 그들은 대법원으로 달려가서 잃어버린 13년의 세월을 보상하라고 절규했다.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20대 꽃다운 나이였던 그들은 이제 30대 후반이 됐다. 그들은 폭염 속에서 청와대까지 행진을 벌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어떻게 해서든 이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하소연했지만 아직 아무 반응이 없다.


그들의 편지 한 구절이 오래 남는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의지하고 기댄 대한민국 법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법을 믿을 수 있을까.”


KTX 해고 승무원들의 수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민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서 34명의 전임자를 해고하고, 고문조작 피해자들과 긴급조치 희생자들의 망가진 인생에 대한 국가보상을 백지화하고, 합법 정당인 통진당을 강제 해산하고, 강정 해군기지와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억압하고, 원세훈의 댓글공작이 무죄라고 강변한 것이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때문이었다. 대법원장에 재직한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만 6년, 그는 청와대의 국정운영에 협조한다며 대명천지에 있을 수 없는 판결을 유도했고, 그 대가로 위헌적인 ‘상고법원’을 얻어내려 했다. 판결을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존재 근거를 스스로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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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양심과 정의를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은 처참하게 몰락했다. 진실이 왜곡되고 상식과 공공에 대한 신뢰가 실종된 이 땅에 희망이 있을까? 양승태 사법농단의 희생자인 (재)진실의힘 박동운 이사장의 지적대로 “(이대로라면) 대법원은 국가범죄의 최종 완성처”이며, “잘못된 판결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판사들은 법 위에 존재하는 예외적인 절대 권력자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독재 권력에 부역하여 판결을 농단한 판사들을 무기징역에 처한 바 있다. 양승태의 사법농단은 준엄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나라에 미래가 없다.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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