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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남 마지막 알짜 땅이 내 꺼"…현대판 '봉이 김선달' 사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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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산운용업체·인터넷 게시판 등에 세텍(SETEC) 부지 소유권 주장하며 투자 제안서 나돌아...서울시 "시 소유 땅 확실, 사기 피해 없게 조치할 것"

[단독]"강남 마지막 알짜 땅이 내 꺼"…현대판 '봉이 김선달' 사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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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마지막 남은 알짜배기 땅 서울무역전시장(세텍ㆍSETEC) 부지 개발을 놓고 옥신각신하던 사이에 해당 부지가 투자 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시는 수사 의뢰를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일 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 게시판ㆍ이메일을 통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알짜배기 땅인 세텍 부지를 싼 값에 매입해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예정이니 투자하라는 내용의 게시물ㆍ제안서가 나돌고 있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현재 등본상 세텍 부지 즉 서울 강남구 남부순환로 3104(옛 주소 대치동 514번지) 일대 3만9086.9㎡ 규모의 땅은 서울시 소유로 등기돼 있다. 그런데 사실은 30년전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 3명의 공동 소유였고, 세금 700억원 체납으로 서울시가 가압류해 '촉탁 보존 등기' 해놓은 땅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공동 소유자 후손들 중의 일부가 '조상 땅 찾기'를 통해 이를 확인했고, 밀린 세금 포함 약 1200억원만 있으면 단시일내 땅을 되찾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이들은 땅을 헐 값인 4700억원(2017년 공시지가)에 매입해 유명 건설업체와 손잡고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어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릴 예정이니 투자하라고 유혹하고 있다. 대치동 일대는 주거지 중 땅 값이 가장 비싼 곳이다. 올해 1월1일 기준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3.3㎡당 488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땅 소유권의 근거로 정 전 회장 등 이름이 들어가 있는 '대치동 514번지'의 옛 수기식 등기부 등본 사본을 제시한다. 강남구청과 서울시의 'IㆍSEOULㆍU' 로고도 포함시켜 투자자들의 이목을 가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황당한 내용이긴 한데, 워낙 여러 경로로 전달이 돼고 거액의 수익이 예상되는 터라 진위 여부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파트 도면도 있고 법무법인, 회계법인까지 개입돼 있는 것 같이 서류가 작성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속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안서에 명시한 유명 아파트 건설 업체 측에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봉이 김선달'식 투자 사기에 해당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에 따르면 이 땅은 1988년 12월 말 완료된 개포택지개발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일환으로 시의 소유가 됐다. 환지 방식으로 보상을 해주고 수용해 소유권을 확득한 후 1989년 소유권 보존 등기까지 마쳤다. '촉탁 보존 등기'로 돼 있는 것도 일괄 수용 후 개발ㆍ토지 정리 후 번지 수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명의로 등기됐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 등의 이름이 들어간 옛 등본도 현재의 부지와 전혀 관계없다는 설명이다. 시는 해당 등본 사본에 대해 택지 개발 사업 후 기존 지번을 일소하고 새로 지번을 부였는데, 이전에 존재했던 '번지 수만 같은' 땅의 옛 등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특히 이같은 사기성 정보가 난무하자 최근 강남구청에 공문을 보내 부동산중개소협회 등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하라고 지시했다. 인터넷 포털에 허위ㆍ유해 정보임을 알려 삭제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피해 사전 예방을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여태까지 시에 찾아와 세텍 부지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 후손은 한 명도 없었다"며 "지난 2002~3년께에도 이와 비슷한 사기 행각이 있었다. 만약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와 강남구청은 최근 세텍 부지 활용 방안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시는 제2시민청 건립을 추진하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반대로 접었고, 강남구청은 이 곳에 신청사를 지으려다 퇴짜를 맞았다. 이곳은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이 인접해 있고 양재천이 배후를 휘감아 흐르는 등 교통·환경 조건이 뛰어나고 학군도 최상인 지역으로,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입지 조건과 자랑하는 곳이다. 덕분에 해당 부지 인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아파트는 올해 1월 기준 공시지가가 3.3㎡당 4818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꼽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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