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서 'SKY LOUNGE:청정구역' 전시회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여러 종류의 사탕들. 알록달록 화려한 색이다. 술병과 술잔도 보인다. 벌써 시들어 버린 화초. 막 꺼져버린 초가 마지막을 토해내듯 흰 연기를 길게 내뱉는다. 짙은 배경 속에 놓인 이 사물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실제 이 작품은 영상으로 제작됐다. 황필주(36) 작가의 '바니타스 시리즈(Vanitas series)' 중 하나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공허, 허무를 의미한다.
황 작가는 1일 아시아경제에 "이 작품은 화려함 뒤에 있는 허무를 은유한 거예요. 아름답고 자극적인 세상에서 실제의 모습과 '그 끝은 어떨까'하고 물어보고 싶었어요. 완성된 작품 속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는 지속하지 못하는 만족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거구요"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꿈틀대는 사탕(Wiggling Candies)'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내놓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사탕을 흩뿌려 놓고 다양하게 부서진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또는 액체가 담긴 병 속에 젤리의 모양을 찍기도 했다. 대중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이용해 허무의 순간을 포착하려고 했다.
12명의 젊은 창작자들이 뭉쳤다. 황 작가를 포함 최윤정, 재유니크, 임정은, 아이라최, 심사영, 빅터조, 민율, 김지은, 김주희, 김윤, 김영진 등이다. 오는 4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5층에서 네번째 기획 'SKY LOUNGE:청정구역' 전시회를 연다. 이들은 'KA12'라는 이름으로 2016년 'KA12 Preview', 2017년 'KA12 창립'과 'KA12 비상' 등 여러 전시회를 꾸준히 해왔다.
뭉치게 된 취지가 의미있다. 황 작가는 "전시를 통해 창작자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고민하기 위해 모였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 제목인 '청정구역'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맑고 깨끗한 곳이란 건 관객의 입장에서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해석할 수 있어요. 나아가 순수한 믿음입니다. 창작자들이 고민해 만든 작품을 나누고자하는 '선한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꾸려진 모임이라 지속여부는 앞으로 숙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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