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 119 등에 문의 폭주...'쉬는 날'이란 공문만 내려보내고 출근시키는 곳도
[아시아경제 이기민 수습기자]
#모 지방국립대학의 행정실에서 일반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장성하(30·가명)씨는 근로자의 날을 며칠 앞두고 학교 측으로부터 공문 하나를 받았다. '종합감사기간을 앞뒀기 때문에 계약직 근로자들도 근로자의 날에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공문에는 '감사가 끝난 후 대체 휴일을 하루 준다'고 적혀 있지만 지켜질 것이라고 보는 동료직원들은 아무도 없다. 과거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장씨 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근로자의 날'도 유급휴일로 지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이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직장인은 여전히 많다. 규모가 작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강란 곳일 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전언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근로자의 날은 '그날 꼭 쉬어야 하는 날'이다. 원칙적으로 대체휴일은 말이 안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대체 휴일을 받는다고 해도 하루가 아닌 1.5일을 받아야 한다. 명백히 휴일근무인 만큼 수당으로 받는다면 통상임금에 150%를 지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일터에서는 이 같은 법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는 다반사다. 직장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고발하고 상담하는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법정 휴일 근무 임금과 대체 휴일에 대한 문의와 제보가 쏟아졌다.
근로자의 날 안 쉬고 휴일수당도 주지 않으면 어떡하죠?” 라는 질문부터 회사 측이나 직장상사가 출근을 강요한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직장갑질119 박점규 활동가도 "어제 문의해주시는 분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평소에는 유급휴일 관련 질문이 별로 없다가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4월 30일 하루동안 100여건이 접수됐다"라고 말했다.
현행 노동관련 법령에 따르면 만약 근로자의 날에 출근을 해서 야근을 하게 된다면 원칙상 100% 유급휴일 수당과 150%(일한 시간+휴일근로수당) 8시간 초과 시부터는 50%의 연장근무수당까지 받을 수 있다. 이는 근로형태 계약을 맺은 수습사원과 연습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회사 등의 경우 회사 상사의 지시로 근로자의 날에 원치 않게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총무·노무 부서에서 '근로자의 날에는 쉬라'는 공문을 내려보내도 부서장이 출근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 물류회사에 다니는 A씨는 "기획실에서 휴일을 보장했는데 부서장이 출근하라고 했다"며 직장갑질119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총무-노무부서를 통해 공문을 내려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실무부서에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중에 근로감독을 받게 될 때 그런 공문한장으로 책임을 부서장들에게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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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하지만 이를 용인하지 않은 한국 사회 고유의 문화적 풍토 때문에 쉽지 않다. 회사를 그만둘 각오가 아니면 문제제기가 어렵다는 솔직한 고백도 있다.
이상혁 한국노총 법률팀 노무사는"근로조건이 열악한 근로자들은 사실 더 보호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5인 이하 근로 사업장까지 적용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민 수습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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