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차장칼럼] 괴벨스·도쿄로즈와 댓글

시계아이콘01분 12초 소요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의 프로파간다의 주무대는 라디오였다. 독일 나치의 선전 장관이자 히틀러에 이어 총리까지 지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국가 보조금까지 써 가며 라디오를 보급하고 매일 저녁 7시 '오늘의 목소리'라는 코너를 통해 대중들을 선동했다. 저녁이면 횃불행렬 실황을 전국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나치와 횃불, 라디오는 정교하게 짜여진 선동의 상징이 됐다.


라디오가 TV로, TV가 다시 인터넷으로 진화하며 프로파간다도 함께 진화했다. 최근 불거진 '드루킹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IT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뉴스의 팩트를 가리는 '팩트 체크'와 거짓 뉴스를 사실처럼 믿게 되는 '페이크 뉴스'의 폐혜는 이미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이 한차례 홍역을 겪고 지나갔다.

국내의 경우 인터넷 포털이 그 역할을 한다.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3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는 77%의 뉴스 소비자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네이버 뉴스를 보는 일 평균 사용자는 1300만명에 달한다. 뉴스에 달리는 댓글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이유다. 주변의 뉴스 소비자, 심지어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지인들도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기 위해 포털 뉴스를 클릭한다. 뉴스 자체 보다 댓글의 향방이 더 큰 관심사다. 이렇다 보니 댓글을 통해 여론 조작도 가능해진다.

같은 뉴스에 어떤 정치 성향의 전문가 집단이 달라붙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방향도 결정된다. 과거와 다른점은 라디오, TV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는 대신 노트북 앞에 앉아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소수의 해커들이 프로파간다의 주역이 됐다는 점이다.


AD

과거 한 국제 시민단체가 '나쁜 기업'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당시 '나쁜 기업'으로 선정됐는데 국내 몇몇 시민단체가 백방으로 해당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며 '나쁜 기업'에 투표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결과 한국에서 몰표가 터졌다. 삼성전자가 그해 '나쁜 기업'으로 선정돼 곤역을 치렀다. 당시 해당 단체는 공공연하게 국내 활동가와 운동가들에게 링크를 보내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실시한 투표에서 공정성이 사라진 것이다.


지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읽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생각이라 여겼던 것이 실은 한 두사람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괴벨스는 다음과 같은 명언도 남겼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 "여론조사는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