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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 성경 속의 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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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 성경 속의 포도주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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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창세기 9장 20~21절)" 이 구절은 신구약에서 수없이 비유에 사용되는 포도와 와인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다. 노아는 홍수가 끝난 뒤에 그의 식구들과 함께 농업을 시작했다. 성경은 다른 농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포도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다. 물론 그다음에 노아가 취한 후에 일어날 사건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구절로 미뤄 다음과 같은 가설을 내세울 수 있다. 즉 노아 이전의 고대 인류도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마셨으며, 이들의 생활에서 와인은 필수적이었거나 적어도 보편적인 위치를 차지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노아의 방주에는 포도 묘목 아니면 포도 씨앗 정도는 보관돼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포도의 원산지를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아라라트(Araratㆍ성경에는 아라랏)산이 있는 소아시아로 보는 학계의 견해도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은 갈릴리 가나의 결혼식 잔치에서 와인이 다 떨어지자 물을 와인으로 변화시킨 사건이다. 이 와인을 마신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보통 처음에 좋은 와인을 내놓고 사람들이 취한 후에 나쁜 와인을 주는데 이렇게 좋은 와인을 나중까지 두었다고 칭찬하는 장면이 나온다(요한복음 2장 1~11절). 예수야말로 최고의 와인 메이커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빵과 와인으로 축복하고 와인을 '언약의 피'라고 하면서 자신의 희생에 대해 제자들에게 넌지시 암시한다. 하지만 제자들은 눈치채지 못한다(마태복음 26장 27~29절). 더 결정적으로,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때 긴 갈대 끝에 스펀지와 같은 풀을 묶고 이를 신 와인에 적셔 입에 대주니 예수는 신 와인을 받은 후 머리를 숙이고 생을 마감한다(요한복음 19장 29~30절). 예수의 생애는 와인으로 시작해 와인으로 끝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술 이야기가 나오면 기독교인들이 거북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성경에 '포도주'라는 단어가 이백 번 나오고 예수까지 포도주를 만들고 마시는 장면이 상당히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 기독교인들은 '포도 주스'를 '포도주'로 잘못 번역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옛날에는 포도 주스라는 것이 있을 수 없었다. 포도는 그 껍질에 발효를 일으키는 이스트가 묻어 있기 때문에 포도를 으깨 주스를 짜면 하루 이틀 만에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 결국 와인이 돼버린다. 포도 주스는 적절한 살균 방법이나 첨가제 그리고 밀폐 용기를 개발한 근대 과학의 혜택을 받고 난 다음에 생긴 것이다.


최초의 포도 주스는 1869년 미국의 감리교 신학자 토머스 웰치(Thomas Bramwell Welch) 박사가 파스퇴르의 저온살균법을 이용해 만든 '웰치포도주스'다. 감리교는 철저한 금주론자들로 미사에 쓸 와인도 건포도를 끓이거나 방부제를 첨가해 만들었다. 이를 웰치 박사가 포도 주스로 만들어 '알코올 없는 와인'이라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라벨에 '웰치 박사의 비(非)발효 와인'이라고 써서 판매하다 1893년부터 웰치포도주스로 개명했다. 이 제품은 1800년대 후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금주운동' 덕을 많이 본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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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왕 솔로몬이 쓴 전도서의 한 구절을 보면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들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전도서 9장 7절)" 즉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즐겁게 포도주를 마실 것을 권유하는 문구다. 그렇지만 역시 솔로몬이 쓴 잠언에서는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잠언 23장 31절)" 동일한 인물이 포도주에 대해 이렇게 극단적으로 시선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앞뒤 구절을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인 문구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성경이기는 하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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