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②]이대 목동 병원, 초동 대처 미흡 논란

17일 오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정혜원 병원장(가운데)과 관계자들이 전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이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던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사고 발생 직후 병원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초 112에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16일 밤 11시7분께다. 신고자는 병원 관계자가 아니라, 숨진 신생아 중 한 명의 보호자로 밝혀졌다. 이어 두 시간 뒤인 17일 새벽 1시께 관할인 양천구 보건소에 전화로 사고 소식을 알린 것도 병원이 아닌 경찰로 밝혀졌다.

또 병원 측과 유족과의 소통에서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진행된 기자브리핑은 유족과 전혀 상의하지 않고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오전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설치됐던 '임산부의 날' 대통령표창을 알리는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이날 기자브리핑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현장을 찾은 한 유족은 “병원에서 우선순위로 챙기는 대상이 언론사인지 유가족인지 묻고 싶다”며 “왜 유가족한테는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언론 브리핑을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브리핑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병원 측은 사과 말만 내놓으면 다냐”라며 “추후에 유가족을 우선순위에서 밀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강력 항의했다. 이 같은 항의에 정혜원 원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들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유족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병원 측은 경찰 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심정지는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심정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주무관처에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서 유족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보건소·경찰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이른 시일 내 사태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 발생 이후 관련 내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각종 조사결과를 면밀하게 지켜본 후 감염병 등과 연관이 있으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