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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고달픈 청춘을 위한 실존 경제학…"작은 영웅들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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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의 청경우독]고달픈 청춘을 위한 실존 경제학…"작은 영웅들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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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삶을 둘러싼 문제는 극에 달했다. 본격적인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 잡은 기간은 짧게 봐도 20년. 시간이 지나도 문제를 풀 묘수가 없으니 여전히 정부, 학계, 언론 등은 상황을 중계하는 수준이다. 한 때 삼포세대(三抛世代)에서 출발한 수식어는 이제 N포세대로 확대됐다. 무엇을 얼마나 더 포기해야할지 모르는 오늘의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는 갈수록 어둡고 불투명하다.


여기에 지나친 걱정과 우려로 20~30대 청년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프니까 청춘"라며 건 낸 어줍지 않은 설득 또는 위로는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청춘은 말한다. "책임져주거나 도와줄 게 아니라면 차라리 가만히 계셔주세요." 약 150년 전 산업사회를 거치며 숱한 논쟁을 낳았던 담론인 '노동의 소외’가 오늘의 청년이 직면한 문제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듯하다.

경제학자 칼 마르크스의 '소외'가 그랬듯 청춘들에게 어줍지 않은 위로보다 필요한 건 현실의 구조를 이해하고 스스로 균형 되찾는 힘이다. 20~30대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근원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흐르는 지, 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피곤하고 고단하지만, 결국 목표는 스스로 복원력을 되찾아 길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 어두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공무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 조원경이 '식탁위의 경제학자'들에 이어 내놓은 '경제적 청춘'은 고단한 20~30대가 고단한 삶에만 천착하지 않고 경제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연애, 사랑, 결혼, 취업, 일, 여가, 내 집 마련, 투식투자에서 교육, 도시화, 4차 산업혁명, 트럼프노믹스,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청춘의 삶에 영향에 반드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주제들을 풀어놨다.

수많은 경제학자가 옴부즈만(ombusman)으로 등장한다. 게리 베커, 마이클 스펜스, 토머스 셀링, 올리버 하트, 프랑코 모딜리아니, 군나르 뮈르달, 윌리엄 샤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은 청춘이 직면한 현실을 읽는 단초를 제공한다. 대부분 학계에서 거장으로 꼽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다.


책은 청춘의 시작에 해당하는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을 논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는 오직 인간 행위를 분석하기 위한 경제 이론만 존재한다고 주장한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자 '게리 베커'를 통해 결혼의 경제학을 논한다. 청춘들이 포기할 정도로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인지를.


게리 베커에게 결혼은 일종의 '하루 계약'(Daily Contract)이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배우자와 계속 살지를 편익과 비용을 따져 연장되는 것으로 결혼 생활을 계속한다는 의미는 일종의 '암묵적 계약'의 유지다. 그리고 결혼을 결정하는 시기는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이 혼자 살 때 얻는 만족보다 클 때다. 계산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헤어지는 것, 이 헤어짐은 당장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경제학을 추종한 학자다운 논리 전개다.


물론 저자는 결혼에 대한 논의를 속물적(?)으로 끝내지 않는다. 결혼이 '남는 장사'라는 믿음을 주는 게 공동체와 국가가 할 일이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혼자를 대상으로 보육정책을 강화하는 것처럼 미혼 청춘들이 결혼을 할 수 있는 고용과 주택정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렇게 맺는다. "경제적으로 각종 비용이 상승해 결혼의 효용이 줄어들어도 가정을 꾸려 자손을 잇는 즐거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믿고 싶다. 가족 간에 나누는 사랑, 친밀감, 안정감, 함께하는 즐거움을 무엇에 비교한다는 말인가. 세상에는 돈으로 살수 없는 것도 많다. 돈을 표현할 수 없는 '남는 장사'란 믿음을 주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책은 급여 생활자들의 고단한 삶과 노동시장의 문제도 다룬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1400조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가처분 소득의 수십배에 달하는 돈을 빌린 결과다. 여기에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다.


저자는 '생애주기 가설'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프랑코 모딜리아니를 불러내 개인의 재무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라스 피터 핸슨, 제임스 토빈의 이론을 활용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뛰어든 청춘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로버스 쉴러의 '비이성적 과열' 이론을 소개하며 어떤 경제이론도 완벽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시스템리스크 등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의 투자자들은 비 기축 통화국의 국민이라는 점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며 가계에 비해 건전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한국 사회를 향해 일과 여가가 양립 가능한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실험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세계 경제학계는 이미 질 높은 노동력과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와 여가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 지를 핵심 연구 대상으로 글로벌 기업과 함께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저자는 자유주의 경제이론가 하이에크까지 옹호한 '기본 소득'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면서 핀란드와 네덜란드에 이어 자본주의의 상징인 실리콘밸리가 이에 찬성하게 된 경제학적 배경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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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청춘의 경제학, 자기 결정의 경제학,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학,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학, 포용의 경제학 등 5개 장 22개 주제로 구성됐다. 어느 주제 하나 가벼운 게 없다. 많은 걸 포기하고 사는 청춘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어려운 경제이론을 쉽게 풀이한 저자의 노력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동시에 "미래를 이끄는 기업가 정신을 방해하는 리더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대신 구성원들에게 '기(氣), 흥(興), 정(情)'의 중요성을 불어넣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등 기득권을 향한 일침도 곳곳에 넣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타성에 젖은 모습으로는 진보가 없다. 매너리즘에 빠진 청춘들로 가득한 사회는 노쇠한 사회다. 활기찬 사고로 기존의 틀을 과감히 부수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치 있다는 건 사회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거창한 영웅이 아닐지라도 그런 생각을 가진 작은 영웅들이 보다 올바른 모습의 청춘이며, 국가와 사회도 변해야 한다. 그리고 깨치고 나아가야 한다.

[임철영의 청경우독]고달픈 청춘을 위한 실존 경제학…"작은 영웅들의 힘이 필요하다" 조원경 지음/쌤앤파커스/1만6000원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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