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영의 야간비행]유다·트로이목마·스노든…배신의 양면성 들여다보기

아비샤이 마갈릿의 '배신'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현재 러시아에 체류 중인 그는 감옥에 가더라도 미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내부고발자로 공익을 위해 기밀을 폭로한 그를 두고 누군가는 나라를 저버린 '반역자'로 또 누군가는 시대의 '영웅'으로 생각한다.

스노든의 사례처럼 배신에 대한 판단은 쉽게 내릴 수 없다. 배우자에 대한 배신인 간통을 다른 한 쪽에서는 사랑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 공감을 얻는 이유도 이 같은 배신의 양면성에 기인한다.

'배신'은 이스라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아비샤이 마갈릿이 배신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개인적 배신인 간통과 정치적 배신인 반역, 군사적 점령상황에서 일어나는 배신인 부역 등 여러 종류의 배신을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개인적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철학적 개념이 많이 나오지만 사례중심으로 강의하듯 기술 돼 있다.

이를 위해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유다의 배신 이야기부터 그리스군의 속임수가 돋보인 트로이의 목마, 16세기 가톨릭 탄압에 저항하며 화약 음모 사건을 일으킨 가이포스크 이야기, 최근에 벌어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까지 역사, 문학, 종교 의 다양한 사례가 제시된다.

책 전반에는 배신에 대해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한 내용이 응축돼 있다. "간통이 고통스럽고 쓰라린 이유는 우리의 유일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저자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저자는 배신을 두터운 관계의 사람들에게서 '신뢰'라는 접착제를 떼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뢰는 모르는 사람 사이의 '얕은 신뢰'와 가족이나 친구 등 소속감을 주는 관계의 '두터운 신뢰'로 구분된다. 얕은 신뢰관계를 이끄는 것은 도덕이고 두터운 신뢰는 윤리가 이끈다. 저자는 배신이 두터운 신뢰를 깨뜨리는 것이란 관점에서 윤리의 문제이며 배신을 살피는 것은 윤리와 도덕의 관계를 파헤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배신 없는 세상을 꿈꿀까. 대답은 '아니요'다. 책의 마지막 장은 배신 없는 세상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배신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하게 투명한 사회를 꿈꾸게 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오늘날 문명 생활에서 완전한 투명성은 불가능하다. 사생활은 보호돼야 하고 국가도 모든 것을 공개하는, 비밀 없는 통치는 불가능하다. 안보문제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소변이 음료를 마시는 행위의 필수 부산물인 것처럼 배신과 위선은 문명 생활의 필수 부산물"이라고 언급한다.

"내가 보기엔 인간관계의 투명성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진실이 아니다. 그 진실이 과거에 대한 것이든 현재에 대한 것이든 마찬가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진실의 전체다. 투명성이 언제 어디서나 진실 전체를 요구한다면 문명 생활과 어울리기 힘들다. 배신이 문명 생활에 필요한 은폐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면 치를만한 가치가 있는 비용이다."(4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