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자신의 딸 친구인 여중생(14)을 자택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이고 음란행위를 벌이다 살해후 시신을 유기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씨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실상 사문화된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마지막 사형 집행 일자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12월30일이다. 당시 사형수 23명에게 사형이 집행된 이래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한국 사회는 ‘묻지마살인’, ‘사이코패스’, ‘토막살인’ 등 20년간 엽기적 범죄를 마주하며 ‘사형제 부활‘논란에 휩싸였다.
흉악범죄 사건 발생 당시 여론은 사형제 찬성에 손을 들고 있으나 사형을 집행(형사소송법 제463조)하는 법무장관과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 입장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국민 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폐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3.2%, 사형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5.2%였다.
하지만 2009년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흉악 범죄가 세상에 알려질 당시 법무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를 계속 유지하자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64.1%로 나타났다. 사형제 ‘반대’는 13.2%, ‘모르겠다’는 응답은 22.7%였다.
또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의견도 64.1%로 나타나 사형제 ‘유지 및 집행’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과반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형 집행 ‘반대’는 18.5%, ‘모르겠다’는 17.3%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법무장관 사형제 폐지론에 손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사형제 존치를 묻는 질문에 “사형제가 억제효과가 없다고 드러나니 160개국에서 폐지한 것”이라며 폐지론에 손을 들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역시 문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 사형제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형제의) 흉악범 억제 효과에 대해 찬반 양론 입장이 있다”며 “사형제의 범죄 억제효과 이외에도 사형제가 갖는 인권침해성격도 있기에 범죄 위화적 효과와 별개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 사형제는 있지만, 지금 집행을 하지 않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라며 “저는 그런 점을 중시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박 장관은 유영철, 강호순 등 사이코패스 유형의 범죄자의 경우 문 대통령의 ‘사형폐지론’에 대해 미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한 매체에 기고한 ‘사형제 폐지론을 폐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기 범행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이 전혀 없다. 또한 다중인격을 지녔기 때문에 상대방을 교활하게 속일 수 있으며, 죄의식이 없으므로 범행을 연쇄적으로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한 교정과 치료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재범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인간 유형의 등장은 형사정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형사정책은 흉악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시각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형 집행 찬성, 재판부는 신중한 태도
이런 가운데 사형을 구형하는 검찰과 이를 판결하는 법원의 입장은 확연한 인식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형을 구형하는 검찰의 경우 사형 집행 찬성을, 형을 결정하는 재판부의 경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익현)이 지난해 9월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 관련 전문가 1012명을 상대로 한 ‘2016 법의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 전문가 중에서 검사가 사형 집행에 가장 많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검사 30명 중 23명(76.7%)이 ‘매우 찬성한다’라거나 ‘찬성하는 편이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7명(23.3%)은 ‘반대하는 편이다’였다. ‘매우 반대한다’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 30명 중 15명(50.0%)이 ‘반대하는 편이다’, 1명(3.3%)이 ‘매우 반대한다’는 것으로 나타났고 로스쿨 교수 69명 중에서는 24명(34.8%)은 ‘반대하는 편이다’, 13명(18.8%)이 ‘매우 반대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와 국회의원, 공무원 등 다른 직업군에서도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변호사의 경우 110명 중 56명(50.9%)이 ‘매우 찬성한다’라거나 ‘찬성하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판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은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사형제 놓고 법안 발의·폐기 반복…외국도 ‘사형폐지’ 지향
국회에서는 1999년 때부터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되면서 사형제 존치와 폐지를 놓고 관련 법안 발의·폐기가 반복됐다.
15대 국회 때는 유재건 의원이, 16대 국회에선 정대철 의원이, 17대 국회 당시는 유인태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18대 국회에는 박선영·김부겸·주성영 의원이 사형제 폐지에 앞장섰고 19대 국회에서는 유 의원이 또다시 법안을 발의, 전체 의원의 과반이 넘는 171명의 공동발의를 끌어냈다. 하지만 사형폐지법안은 발의 후 회기만료로 폐기가 반복됐다.
20대 국회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형제 폐지를 담은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그는 한 매체를 통해 “사형에 준하는 다양한 처벌수단을 논의해 범죄예방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6년 기준 률상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4개국이며 한국과 같은 사형폐지국은 37개국으로 법률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전 세계 198개국 3분의 2가 넘는 141개국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사형을 폐지 한 주(州)가 19개주에 이르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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