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
[아시아경제 최희영 기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동 저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그가 언급한 '넛지론'의 사례들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심리학적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 분석의 대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세일러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했다.
그의 이번 수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건 '작은 행동으로 큰 경제효과를 얻는다'는 '넛지론'이다. 영어 단어 '넛지(nudge)'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는 뜻으로 세일러 교수는 이 단어를 행동경제학 용어로 해석해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개념화했다.
이러한 넛지 이론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공항 내의 남자 소변기 한 가운데에 작은 파리를 그려 넣은 것이 꼽힌다. 이는 소변기 밖으로 튀어 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였다.
생활 속의 '넛지론'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 텍사스 주에선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것이 시민의 의무"라는 표어 캠페인을 벌였지만 훈계식의 직접적 문구는 오히려 무단 투기범들의 반감을 샀다. 이에 시 정부는 미식축구 프로팀 선수들을 출연시켜 쓰레기를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는 광고를 제작했다. 해당 광고 이후 1년이 지나 텍사스 주의 쓰레기는 29% 줄어들었고 6년 후에는 72%까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넛지론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지난 2013년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Volkswagen)은 스웨덴의 한 지하철 역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만들어 계단을 밟으면 피아노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계단 이용을 권장하는 별도의 공지가 없었음에도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66%나 증가했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세일러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책 설계자가 옆구리를 누르듯 가볍게 개입하면 개인들이 똑똑한 선택을 하도록 심리적으로 유도 할 수 있다"며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끄는 것으로 경제적 효용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최희영 기자 nv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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