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에는 망우리 시립묘지서 근무 예정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연휴라는 게 따로 없어요.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습니다."
서울 중화119안전센터 소속 정미라(30) 구급대원의 말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근무하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다.
구급대원의 삶에는 연휴라는 단어가 낯설다. 근무형태 자체가 오래 쉴 수 없는 구조인 탓도 있다. 정 대원은 3주를 기준으로 첫 주에는 주간 근무를 하고, 나머지 2주 동안은 야간근무와 비번을 하루씩 반복한다. 주말엔 24시간 당번도 서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설날이나 추석처럼 3~4일 쉬는 연휴도 평일과 다를 바 없다.
정 대원은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소방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연휴에도 응급상황은 계속 발생한다. 실제로 정 대원은 지난해 추석 때 한 생명을 살린 경험이 있다. 50대 여성이 추석 연휴에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려 심정지가 온 상황이 신고됐다. 현장에 도착해서 살펴봤더니 호흡, 맥박 모두 없었다. 그러나 기도를 확인해 떡을 겸자로 빼고, 산소를 투여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더니 환자의 숨이 돌아왔다. 그는 "초를 다투는 일에는 연휴와 평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늦었다면 생명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정 대원은 "더 오래 뒀다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사 상태로 진행됐을 것"이라며 "응급처치가 빨라서 소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정도로 소중한 게 사람 목숨"이라며 "위급한 상황에서 출동해 그 목숨을 살렸다고 생각하니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했다.
정 대원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망우리 시립묘지에 근무를 하러 나간다. 시립묘지 등 명절에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시립묘지에는 풀이 많다보니 뱀에 물리는 경우나 벌에 쏘이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그나마 가족과 친구들은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그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편이다. 정 대원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이해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연휴니까 가족들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소방공무원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 부모님도 이를 아시니 혹여나 제가 미안해 할까봐 서운한 말씀은 안 하신다"고 말했다.
대신 함께 근무하는 동료 소방관들을 '가족'삼아 연휴를 보낸다. 중화119안전센터에서 일하는 소방관은 진압대원, 구조대원, 구급대원 모두 34명이다. 정 대원은 "가족보다 더 자주 보니 이제는 더 가족 같은 느낌도 조금 든다"며 "이번에도 잡채나 전 등 명절음식을 각자 싸와서 다 같이 먹으며 명절 분위기를 낼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한편 서울시는 오는 9일까지 귀성객이나 성묘객들의 안전을 위해 버스터미널, 시립묘지 등 현장에 119구급대를 배치한다. 구급차 총 72대와 119구급대원 216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추석이 더 바빠요①]"생명 구할 수 있다면"…휴일 없는 소방관](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7092916541794689_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