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공생적 시장조성·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원칙중심 규제 패러다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자본시장을 책임질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정책과 감독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12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 이후에나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속도감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자본시장 정책 방향은 '고객 중심의 공생적 시장 조성'으로 요약된다. 금융 부문 경제민주주의 과제를 전담할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기로 한 점도 이런 맥락이다. 최 위원장의 문제의식은 그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이 "소극적이고 보수적 영업 관행으로 시장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이나 투자자 이익보다 눈 앞에 보이는 업계 이익에만 천착해 왔었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 회의론이 팽배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진정한 의미의 투자은행을 찾아보기 어렵고 이로 인해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전 세계 186개 스타트업 중 한국 기업은 3개에 불과한 상항이라고 지적했다. 13일 서울 동대문 DDP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는 금융 권역별 영업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금융업 인허가 제도도 손보겠다고 밝혀 강도 높은 자본시장 개혁을 예고했다.
최 위원장이 내놓은 3대 자본시장 정책은 자산운용시장 경쟁력 강화,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자본시장 역량 강화,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 등 3가지다. 자산운용시장의 신뢰성을 높여 부동산 시장의 자금과 단기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고,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혁신기업의 성장을 돕는 성장사다리 체계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초의 민간인 출신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감독원 고유의 업무를 벗어나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 원장은 사업보고서상 기업 공시 항목에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보호, 노사관계 등 사회적 책임(CSR) 관련 활동을 자율적으로 기재하도록 할 계획이다.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어서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최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 설치 계획도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를 고민해온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금소위는 금감원이 금융기관 주요 감독제도 시행에 앞서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제도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금소위 설치가 중장기 금융 정책ㆍ감독체계 개편과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로 가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예고했다. 이미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13명의 임원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부원장 3명은 교체 가능성이 높고 부원장보 9명 중 상당수도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증권 분야에서는 장준경 자본시장감독국장과 김도인 기업공시국장 등이 차기 임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 원장의 첫 인사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말 이후가 유력하다.
금융투자업계 터줏대감격인 황영기 회장은 새 정부 정책과 감독을 맡을 인사들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에 앞서 자본시장 규제 패러다임을 원칙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원칙중심의 규제는 시장 친화적인 규제 환경 또는 규제 완화가 아니다"라며 그간 자본시장 규제는 통제의 편의성만 높인 정량적이고 구획화된 형태였다고 주장했다. 수립된 지 10년이 지난 자본시장법을 사후 책임 강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국내외 규제 사례를 비교한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만들어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보고서에는 증권사에 제한된 법인지급결제 허용 방안과 파생상품 시장규제 개선 방안, K-OTC 등 장외시장 양도소득세 완화를 골자로 한 모험자본시장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과 감독업무를 이끌 책임자들이 결정돼 기대감이 크지만 아직 각 책임자들의 명확한 방향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업계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입체적인 포지티브 정책과 감독업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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