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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완벽한 가족' 화려함 뒤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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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유럽 문화 혼재된 강렬한 색상 인상적
내전 당시 변화된 가족상·자화상 주로 표현
시리아 작가展 내달 14일까지 연남동 전시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완벽한 가족' 화려함 뒤의 아픔 타니아 알 카이얄리 작가가 전시된 '완벽한 가족(2017)'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아트스페이스담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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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이주(移住)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다. 세계 곳곳에선 지금도 이주가 진행 중이며,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주민은 이제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당면한 공통의 숙제다.

타니아 알 카이얄리(32·시리아)에게 이주는 운명과도 같았다. 팔레스타인계 시리아인 아버지와 세르비아(구 유고슬라비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까지 세르비아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1994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내 분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리아로 떠났다. 그러나 시리아 역시 내전사태를 겪어 2012년 두바이로 급히 떠나 2년간 거주한 뒤, 고향인 세르비아로 돌아와 현재까지 살고 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페인팅과 콜라주를 즐긴 알 카이얄리는 2008년 다마스쿠스 대학에서 판화과를 졸업했다. 페인팅, 일러스트레이션, 디지털아트,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시각미술 분야에서 개성을 발휘해왔다. 시리아 내전을 거치면서 달라진 가족상이나 자화상을 주로 표현한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완벽한 가족' 화려함 뒤의 아픔 완벽한 가족, 100×100㎝,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2017(전시작품)



'완벽한 가족(2017)'은 제목과 달리 인물들의 표정과 자세가 모순되고 딱딱하다. 그럼에도 환각을 일으킬법한 화려한 문양과 강렬한 색상을 사용해 인상적이다. 하나하나 컴퓨터로 그려 그림에 덧붙이는 방식이라 마치 콜라주를 보는 느낌이다. 작품에는 세상에 어엿한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다양한 면모와 감정의 몰입이 엿보인다.


알 카이얄리의 작품을 보면 중동과 유럽의 문화가 혼재함을 알 수 있다. 남다른 성장배경으로 인해 작가는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섬유나 패션 쪽에도 관심을 보이는데, 평소 옷도 컬러풀하게 입는다. 지난 11일 처음 한국을 방문해 서울의 경복궁과 인사동에 다녀간 뒤에는 한국의 전통문양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처용무, 승무 등 전통 무용과 옷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알 카이얄리는 "인터넷과 매거진을 종합해보며 중동, 아프리카 또는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문양, 패턴, 색감에 관심을 갖고 차용한다. 화려한 문양과 색감은 항상 영감을 주며, 내면을 표현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완벽한 가족' 화려함 뒤의 아픔 더 컨트롤, 200×73㎝, 디지털 프린팅, 2017 (전시작품)



화려함에 가리긴 했지만, 전쟁은 확실히 알 카이얄리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어느 날 두바이에서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는데 밖에서 불꽃놀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습관적으로 탁자 밑에 숨었는데 몸을 숨긴 사람은 모두 시리아 인이었다. 지금도 무슨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숨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했다.


'더 컨트롤(2017)'은 알 카이얄리가 자신의 얼굴을 종이에 찍어낸 작품이다. 포토샵으로 필터링 작업을 해 확대했다. 기존 작품과 다르게 어두운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작가가 시리아 내전 이후 두바이에서 내놓은 첫 작품으로 일부러 찡그린 표정을 연출했다. 그는 "그때 두바이가 너무나 평온해 충격을 받았던 느낌을 살렸다. 시리아에 갇힌 상황에서 스스로 무언가 보호하려 했던 느낌도 담았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전쟁, 정치, 종교 갈등으로 삶의 터전에서 분리된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 또는 발전했는지 면밀히 보여준다.


알 카이얄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세르비아 이주 후 현재까지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 외에도 번역과 책 일러스트 작업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병행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3개 국어(영어·세르비아어·아랍어)를 하는 그는 난민보호센터(APC·Asylum Protection Center)와 같은 NGO단체나 유럽의 비영리단체인 '유럽내 난민과 이주민의 위기(Refugee and Migrant Crisis in Europe)'에서 통·번역가로도 활동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완벽한 가족' 화려함 뒤의 아픔 다채로운 손, 디지털 프린팅, 2017 (독일 바이터슈라이벤 예츠트 잡지 일러스트레이션)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완벽한 가족' 화려함 뒤의 아픔 무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2017



알 카이얄리는 "잦은 이주 경험 때문에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땅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지식과 능력으로 그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많은 문화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간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 배경을 설명해주고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믿는다. 2008년에는 시리아 문화부(Syrian Ministry of Culture)에서 발행한 잡지와 책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특히 아랍어로 번역한 동화책을 작업하면서 아이들과 관련한 책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도 동화책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에서도 그의 책이 출간됐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아트스페이스 담다'에서 열린 개관 1주년 특별전 '시리아 작가전(展)'은 오는 10월 14일까지 계속된다. 알 카이얄리 외에 시리아에서 태어난 작가 네 사람의 작품을 모았다. 전시 수익은 '국경없는 의사회'와 프랑스 니스에 본부를 둔 '시리아아트협회'에 기부된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완벽한 가족' 화려함 뒤의 아픔 타니아 알 카이얄리 작가 [사진=아트스페이스 담다 제공]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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