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내년 말부터 발행이 중단되는 500유로 지폐를 환율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챙긴 국제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오모(4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모(3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해외로 달아난 네덜란드인 A씨를 지명수배 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환율로 따지면 65만원가량에 환전할 수 있는 500유로 지폐를 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 장모(45)씨와 또다른 피해자 장모(50)씨로부터 19억원을 가로 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사촌형제 지간이다. 환차익만으로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오씨와 김모(30)씨, 이씨 말에 속아 넘어갔다. 요식업 종사자인 피해자들은 과거 직원으로 일했던 이씨를 믿고 이탈리아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씨 등은 500유로 지폐와 홍콩달러가 쌓여 있는 동영상 등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오씨와 동생 장씨는 지난 6월27일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이탈리아인 피의자 3명과 함께 호텔에서 만났다. 이탈리아인 한명이 처음에 500유로 진폐를 장씨에게 건넸다. 장씨가 위폐감별기로 진폐임을 확인한 뒤 다시 이탈리아인에게 500유로를 돌려줬다. 다른 이탈리아인이 돈을 100매씩 봉투에 담아 가방에 넣는 과정에서 위조지폐로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 도착한 장씨가 뒤늦게 위조지폐인 것을 알아 차렸으나 한국에선 사촌형 장씨가 이미 네덜란드인 수거책 A씨에게 19억원을 전달한 뒤였다.
경찰은 A씨가 19억원을 여행용 가방 2개에 담아 나오는 호텔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사기단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오씨와 김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또 A씨의 신원을 특정,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당일 한국에 입국해 범행을 저지른 뒤 세르비아 국적의 여성 B씨에게 돈을 건네고 5시간 만에 홍콩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내에서 돈을 보관하던 B씨를 지난 7월16일 검거해 구속했고, 피해금 중 일부인 9억6500만원을 압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경찰은 나머지 9억3500만원도 국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돈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탈리아인 3명에 대해서도 현지 경찰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온 500유로 지폐 발권을 중단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ECB의 발표를 악용해 국내에서 유사한 사기 범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세보다 저렴한 외국환 거래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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