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기사 고발 청원글 올려…해당 기사, 더 큰 사고 위험 우려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지난 11일 서울 240번 버스 기사가 아이만 건대역 정류장에 내려놓고 미처 내리지 못한 엄마를 태워 다음 정류장까지 간 일이 발생한 가운데 이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우선 해당 버스 기사의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과 12일 사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는 해당 버스 기사에 대한 민원 글이 1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엄마들이 많이 찾는 지역 맘카페 등에서도 "아이를 잃어버렸으면 어쩔 뻔 했냐"는 내용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버스 기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해당 버스 기사는 '안전' 때문에 그런 상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240번 버스가 속한 대원교통 관계자는 "CCTV를 확인한 결과 버스가 출발한 지 몇 초 뒤에야 엄마가 버스를 세워달라고 했는데 이미 버스가 3차선으로 들어가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서 문을 열면 뒤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뒤에 있던 차가 버스를 앞질러 가려고 했다면 오히려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오후 실제로 사건이 발생했던 곳을 가보니 건대역 정류장은 4차선 도로 옆에 있었다. 이곳에서 240번 버스는 승객을 태우거나 내린 뒤 건대입구역사거리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직진하기 위해 3차선에 진입했다. 3차선과 4차선 사이에는 큰 기둥과 분리대가 놓여 있어 4차선에서는 오로지 우회전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선에서는 우회전 차량이 계속 다니는 중이라 버스에서 누군가 내린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해당 버스 기사의 동료들도 그의 행동에 공감했다. 한 동료 기사는 건대역 정류장을 지나면서 "사건이 발생했던 오후 6시27분쯤이면 퇴근시간이라 차량이 많다 보니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것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 기사도 "보통 승객들 안전을 위해 좌우를 다 살피고 내려주고 태우는데 그때도 그랬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1차적인 책임이 아이 엄마한테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아이가 혼자 내린 줄 몰랐던 엄마에게 책임이 있다" "엄마가 아이 손을 잡거나 자리를 계속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버스 기사는 아이 엄마에게 사과할 예정이다. 대원교통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시민들께 사과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버스 운행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시내버스를 관리·감독하는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버스 기사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조사 후 위반사항이 밝혀지면 업체 및 해당 버스 기사를 관련 규정에 따라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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