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론]지금은 자문(自問)이 필요할 때

시계아이콘02분 00초 소요

[시론]지금은 자문(自問)이 필요할 때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AD

‘갑질’이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빗나간 권위의식과 우월적 지위, 천민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모욕·폭행·왕따가 직장·사회·학교 심지어 가정에서까지 벌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갑질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불황과 실업, 빈부격차 확대에 더해 갑을 관계라는 또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가 단일 경제권에서 동일한 규칙에 따라 자유롭게 경쟁하면 각 주체의 합리적인 선택에 따라 전체적인 부가 증가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모든 국가의 경제체력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 무한 자유경쟁이 반복되면 기득권을 가진 선진국들만 계속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무규칙 무한경쟁의 폐해는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동시에 구현하는 ‘글로벌화’를 새롭게 보게 만든다. 글로벌화는 교통·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에 편입되면서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국가 간 교류가 증대해 개인과 집단이 하나의 세계 안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과정이다. 무한경쟁의 결과와 그 다음을 말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와 달리 상호관계를 통한 진화적 변화가 목표다. 물론 글로벌화가 항상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반(反)글로벌화를 뚜렷하게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목전에 닥친 시점에 대외개방에 익숙한 우리에게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행동양식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1990년대 초 국제화·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대기업을 필두로 전 세계로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답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세계로!”를 외치면서 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많은 기업이 1980~1990년대의 호황기를 거쳐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했을 때 경영의 핵심을 생산에서 품질로 전환한 덕분에 세계 1등 제품을 여럿 쏟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산과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와 소비자 중심의 시대다. 한 나라 고유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타국의 요소들과 융합해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하는 방식 말이다. 헤겔의 3단 논법 식으로 말하면 ‘내 것’에서 ‘네 것’을 거쳐 ‘우리 것’으로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나’ 일변도의 국제화·세계화와는 전혀 다른 양식이다.

맥도날드는 인도에서 햄버거 재료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배제하고 KFC는 중국에서 아침메뉴로 두유와 죽을 팔고 있지만 토종 프랜차이즈의 기세에 눌려 사업권을 넘기고 직영을 포기하고 있다. 독자적인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해 전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을 장악한 구글이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다음·네이트에 이어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할 것 같던 한류의 기세가 수그러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류의 확산이 아시아 국가 간의 문화적 동질감에서 출발했다고 하지만 한류가 유행하던 지역이 원래 공유하려고 했던 문화적 동질성이 무엇이고 어떤 이유에서 수용됐는지 돌아보지 않은 결과다. 현지화는 배제한 채 내 시스템을 가다듬고 기술력을 높이는 자기중심적 글로벌화는 반쪽짜리일 뿐이다.


북핵 리스크와 저성장의 고착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감당할 만한 능력과 준비 문제로 한국 경제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한 유럽 컨설팅 기업의 한국 사무소 대표는 최근 강연에서 우리 경제가 인구절벽, 소비절벽, 고용절벽, 투자절벽이라는 4대 절벽에 직면하면서 항공기가 부력을 잃어 추락하기 직전의 임계점에 와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이 누구인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 단계씩 도약했고 변화의 속도가 본격적으로 빨라지는 21세기의 문을 IMF 외환위기 조기 극복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누구보다 먼저 힘차게 열어젖힌 나라가 아닌가? 현 난국을 타개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이자 진정한 글로벌화 능력을 갖춘 글로벌 플랫폼이다. 근면성은 원래 갖추고 있으니 합리성은 미국에서, 포용성은 유럽에서 배우고 중국이나 동남아를 보면서 어려웠던 시절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창의성·다양성·포용성과 이를 뒷받침할 의사소통 능력의 배양에 힘써야 한다. 지금은 진정한 글로벌화가 무엇이고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거듭 자문할 때다.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1107:00
    "국가가 부동산 개발 판 깔았다"…1·29 대책에 업계 '새 사업 검토'

    정부의 1·29 도심 주택공급 대책에 부동산개발업계가 새 사업 검토로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공공 유휴부지 10여곳과 노후청사 34개소 위치 및 착공 일정을 공개하자 인근 민간 유휴부지까지 개발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까지 악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묶여 있던 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규모 검토와 사업성 분석에 나서고 있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규모 검토 이미 시작…PF사태

  • 26.02.0713:56
    다음 주 3492가구 공급 예정…1분기 서울 분양 2002년 이후 최다
    다음 주 3492가구 공급 예정…1분기 서울 분양 2002년 이후 최다

    다음 주에는 전국 2개 단지서 총 3492가구가 공급된다. 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월 둘째 주에는 전국 2개 단지 총 3492가구(일반분양 901가구)가 공급된다. 이는 전주 1194가구와 비교할 때 2298가구 늘어난 수치다. 단지별로 인천 남동구 간석동 '포레나더샵인천시청역'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e편한세상센텀하이베뉴'에서 청약을 진행한다. 포레나더샵인천시청역은 지하 4층에서 지상 최고 35층, 총 24개동, 전용면적 39∼84

  • 26.01.2411:40
    다음 주 줄어든 물량…전국 3개 단지서 184가구 분양
    다음 주 줄어든 물량…전국 3개 단지서 184가구 분양

    1월 넷째주 분양 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전국 3개 단지서 총 184가구가 분양에 돌입한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월 넷째 주에는 전국 3개 단지 총 184가구(일반분양 156가구)가 공급된다. 이는 전주 3260가구와 비교할 때 3076가구 줄어든 수치다. 다음 주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 '형남아파트6차', 경기 김포시 양촌읍 '여기가(장애인자립특화형공공임대)' 등에서 청약을 진행한다. 형남아파트6차는 지하 1층∼지상 최고 8층

  • 26.01.2311:19
    4개월 앞두고 李
    4개월 앞두고 李 "다주택 양도세 유예 연장 없다"…부활 이후 매물 잠김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월9일 만기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서울·경기 지역에서만 128만명에 달하는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중과 유예 종료 시점까지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과 높은 금리 등 여러 변수가 겹쳐 양도세 유예가 끝난 이후 매물 감소라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23일 이 대통령의

  • 26.01.2309:49
    "서울 전세 구하기 어려워진다"…아파트 갱신 비중 50% 육박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계약에서 갱신(계약갱신청구권 사용 포함) 비중이 5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막혀 전세 공급이 줄고 보증금이 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서둘러 계약 연장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전세보증금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도 활발해지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에서 갱신 비중은 49

  • 26.02.0307:05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4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3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2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1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511:23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박원석 전 국회의원(2월4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박원석 전 의원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원석 : 네,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오늘 장

  • 26.02.0314:25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2월 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지난주 토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9개를 올렸습니다.

  • 26.01.2907:47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군멍군'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올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움직임이다. '8월 전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를 넘어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가르는 의미가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적 힘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 여권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표가 된다면

  • 26.01.2811:24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긴장감이 높아가는 흐름이다. '명청대전'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최고위원회에서 직접 언쟁을 주고받았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세력 격돌이 서서히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그 한가운데 있다. 최근 이 수석최고위원과 두 차례 인터뷰했다. 지난 21일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해 1시간 인터뷰했고, 27일엔 전화

  • 26.01.2611:31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2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님과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두 분 모시고 최근 여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