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사라’ 등의 작품으로 한국 사회의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일으킨 작가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5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6세.
이날 오후 1시 51분께 마 전 교수가 베란다 숨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마 전 교수 자신의 유산과 시신 처리를 시신을 발견한 가족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목을 맨 채 숨진 점을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1951년 서울에서 출생한 마 전 교수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연세대 대학원에서 ‘윤동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마 전 교수는 같은 해부터 모교 국문과 교수로 일했다.
1977년 박두진 추천으로 시인으로 처음 등단했던 마 전 교수는 1989년 첫 장편 소설인 ‘권태’를 내놓았다. 이후 ‘즐거운 사라’, ‘자궁 속으로’, ‘귀족’, ‘불안’, ‘사랑의 학교’ 등의 소설집과 ‘가자 장미여관으로’, ‘야하디 얄라숑’ 등의 시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의 수필집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즐거운 사라’는 1992년 ‘건전한 성(性) 의식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음란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즐거운 사라’는 한 여대생이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교수와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으로 1991년 서울문화사에서 출간됐으나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간행물 윤리위원회 고발로 자진 수거됐다.
또 이듬해 8월 개정판이 청하 출판사에서 출간됐지만, 그 해 10월 마 전 교수와 장석주 청하출판사 대표가 음란물 제작 및 배포 혐의로 구속됐고, 같은 이유로 소설은 문화부에 의해 판매 금지됐다.
이후 마 전 교수는 당시 재직 중이던 연세대 교수직에서 해직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마 전 교수는 사면·복권을 받고 학교로 돌아간 뒤에도 일부 동료 교수들로부터 냉대를 받는 등 우울증을 달고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연세대에서 해직과 복직·휴직을 반복하다 지난해 8월 정년 퇴임했다.
그는 한국 문단에서 도발적인 성 담론을 주도하며 많은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인생에 별 기대를 걸지 마라. 과도한 기대는 과도한 절망을 가져온다”며 “허무주의를 삶의 지표로 삼아라.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다” 등의 말을 남겼다.
또 “야한 본성에 충실하라. 야한 마음이란 도덕보다 본능에, 정신보다 육체에, 아가페적 사랑보다 에로스적 사랑에, 질서보다 자유에, 전체보다 개인에, 검약보다 사치에 가치를 매기는 믿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마 전 교수의 유족으로는 누나 조재풍, 조카 한옥미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7일.
디지털뉴스본부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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