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건부터 메르스, 사드에 AI·살충제 계란사태까지
메르스 환자에 감염 확산 책임 이어 양계농가 살충제 사용 비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선의의 피해를 당한 농가에 대해선 정부가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손해를 갚아야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살충제 계란 농가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표기 오류로 인해 미검출 농가까지 포함시킨 것과 관련해 이같이 약속했다. 유럽에서 논란이 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국내 계란에서도 검출된 이후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와 발표가 사흘 만에 졸속으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의 통계 및 표기오류에 대한 책임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게 됐다.
살충제 계란 파동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헛발질이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계란 판매를 재개한 지난 16일 이후 실적은 평소보다 반토막났다. 사흘간의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95% 농장이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부적한 농가 및 난각코드 등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한 발표로 적합한 계란에 대한 소비자 신뢰마저 바닥으로 떨어진 탓이다.
정부는 표기오류에 대한 과실을 수정하지 않고 두루뭉술 넘겨 멀쩡한 농가에 대한 피해도 수수방관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초반부터 양계 농가에 대한 살충제 관리 실태나 유통과정에서 위생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계란을 비롯한 축산물의 생산단계는 농식품부가 관리를 맡고, 유통 단계를 책임지는 것은 식약처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생산단계에서 살충제 사용 실태에 대한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식약처도 유통단계에서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두 기관이 계란 위생관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식품안전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 뒷북 대응과 땜질식 처방에 그치면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전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간 대형 참사와 원인부터 대응과정까지 판박이다.
올해 계란값 폭등을 야기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은 최근 수년간 매년 발생하면서 국내 양계농가의 연례행사가 되고있다. AI 사태 역시 살충제를 쓸 수 밖에 없는 사육 환경인 '한뼘 닭장'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아직까지 개선책이 나오지 않고있다.
앞서 전국을 '화학제품 포비아'에 몰아넣은 가습제 살균제 사건도 정부의 허술한 화학제품 관리가 초래한 참사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할 때 발생하느 독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사망자 477명을 포함해 2196명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신종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전국민이 공포에 떨었지만, 정부는 병원공개를 미뤘다. 그 결과 확진자 186명 중 38명 사망했고, 1만6693명이 격리조치됐다. 경제손실만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형 참사의 공통점은 정부의 대응실패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은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있다.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으로 해당 부지를 제공키로 계약한 롯데그룹은 중국의 보복 1순위가 됐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마트 99개 매장 가운데 87개 매장이 영업을 접었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중국내 기존점은 94.9%가 역신장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방문이 줄어들면서 일부 면세점들이 특허를 반납하는 등 초토화됐고, 화장품 업계 피해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더 이상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 대신 기업들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무대응한 정부 달리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지 않기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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