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미국이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북아에서 자국의 방위태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중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간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역내 '방위태세'(defense posture)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지난 6일 마닐라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중국 외교부장이 회담함으로써 한 때 단절되다시피 했던 북·중 간 소통 채널이 일부 복원된 셈"이라면서 "중국이 대북 소통 채널을 통해 북한에 도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중국이 이를 받아 들였다는 말이다. 이후 중국은 대북 소통채널을 통해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이 여의치 않자 공개적으로 "북한이 괌을 무력 도발해 미국에 보복 당해도 북한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입장에서 동북아에서의 방위태세 강화는 대북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의 핵추진 항모 등 전략무기의 배치·파견 확대를 의미한다. 또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한반도 추가 배치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미국의 태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의 부상에 맞서 미국이 추진한 '아시아로의 회귀' 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미국 전문가는 "미국이 역내 방위태세 강화를 언급했다면 그것은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대북 군사적 압박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인 동시에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일 것"이라면서 "미국의 최근 국방정책에 비춰 볼 때 주한·주일미군 증강 배치 측면보다는 동해로의 핵항모 파견 등 전략무기 파견 강화를 염두에 두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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