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출입기자 216명이 참석, 사전에 협의된 각본 없이 기자들이 즉석에서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외교·안보>
-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을 막겠다고 했다. 무력충돌에 대한 대통령 인식은 어떤지, 미국과 어떻게 공조하는지 설명해 달라.
▲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온 국민이 합심해서 나라를 일으켜 세웠는데 그것을 전쟁으로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쟁은 기필코 막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더라도 결국은 국제적인 합의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 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한미 간 굳은 합의다. '전쟁은 없다'라는 말을 국민은 안심하고 믿으시기 바란다.
- 우리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강력한 대화와 포용 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도발 이후 레드라인을 언급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은 무엇인가.
▲ 북한이 ICBM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점점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단계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아야 한다. 그 점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UN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제재했다.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한다면 더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할 거고, 결국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북에 대해서 더는 위험한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싶다.
-최근 8·15 광복절 경축사를 비롯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은 답이 없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복안이 있는가. 그리고 취임 직후 주변국에 특사를 보낸 것처럼 북한에 대통령 특사 보낼 의향이 있나?
▲ 남북 간에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 그에 대해서 우리가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화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둘 수는 없다. 대화를 하려면 대화여건이 갖춰져야 하고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 적어도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갖춰진 대화여건 속에서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데,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북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이 하나의 목소리로 북핵 문제 해결에 합의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방금 또 대통령께서 한반도에 있어 어떤 군사 행동도 한국의 동의 없이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행동에 대한 옵션도 언급했고 '화형과 분노' 발언도 했다. 한미 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한국의 근본 입장이 다르지 않다.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멈추게 하고 북한을 핵 포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한미 입장이 같다. 그리고 그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위해 미국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통해서도 제재를 강구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독자적 제재까지 더하고 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피해자 명예회복과 보상 등을 말씀하셨는데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행동을 생각하는가. 특히 대통령이 잘 아는 대로 강제징용은 노무현 정부 때 한일 기본 조약에서 해결된 문제고 피해자 보상은 한국 정부가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 말씀하신 것 중 일본군 위안부 부분은 한일 회담 당시 알지 못했던 문제였다. 말하자면 그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문제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회담으로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강제 징용자 문제도 양국 간의 합의가 개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 다만 제가 강조하는 것은 과거사 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여러 번 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외교부에서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해서 합의 경위나 평가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이 끝나는 대로 외교부가 그에 대한 방침을 정할 것이다.
- 한미 FTA는 한미동맹의 중요한 징표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옵션과 연결된다. 과거의 북한 문제와 오늘날의 북한 문제의 결정적 차이는 북한이 ICBM의 기술적 진전을 이뤄서 미국 본토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질적ㆍ양적 측면에서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 미국과 당당히 협상하겠다고 말씀드린다. 참고로 말하자면 미국의 상무부 조사결과에 의하더라도 한미 FTA는 한미 양국에 호혜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스스로도 한미 FTA에 의해서 미국 무역 적자가 많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자료를 내놓고 있다. 우리가 상권 부문에선 이익을 보지만 서비스 부문에선 적자를 보고 있고 대미 투자액도 훨씬 많다. 이런 점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국익 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
-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미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내각이 구성됐는데 평가가 엇갈린다. 코드·보은인사 얘기가 나오면서 현 정부나 내각에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통합정부는 어떻게 꾸릴 예정인가.
▲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서 역대 정권을 통틀어서 가장 균형인사ㆍ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인 인사라고, 긍정적인 평가들을 국민이 내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폭넓게 과거 정부에서 중용됐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능력이 있다면 과거를 묻지 않고 경선 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은 분들도 다 함께하는 그런 정부를 구성해서 앞으로 끝날 때까지 그런 자세로 나아가겠다. 지역 탕평ㆍ국민통합, 이런 인사 기조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하겠다고 했다. 로드맵을 알려달라. 지방분권이 되려면 자치 재정권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8:2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이나 6:4로도 말한 바 있는데.
▲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 개헌 추진에 두 가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국회 개헌특위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국민 주권적인 개헌을 하는 것이다. 개헌특위에서 충분히 국민 주권적 개헌 방안이 마련 안 되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그때는 정부가 그때까지의 국회의 개헌특위의 논의 사항을 이어받아서 국회와 협의하면서 자체적으로 특위를 만들어서 마련할 수도 있다. 중앙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에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강화는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경제>
-증세든 세제개편이든 세금 문제에 대한 5년 동안의 로드맵이라든지 대통령님의 구상 있으시면 말씀 부탁한다.
▲ 정부는 이미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그리고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강화 방침을 이미 밝혔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조세의 공평성이나 또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위해서라든지 추가적인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들의 공론이 모인다면, 그리고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정부도 그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발표한 여러 가지 복지정책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본다. 곧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될 텐데 그 예산안을 보시면 얼마의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그 늘어나는 재정지출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 정부가 재원을 마련할 방침인지 하는 것을 전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부동산 정책 로드맵, 아울러 여기에 포함해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까지도 검토하시는지 의견을 부탁드린다.
▲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만약에 부동산가격이 그런데도 또 시간이 지난 뒤에 또다시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는 말씀도 드린다. 보유세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공평과세라든지 소득재분배라든지 또는 더 추가적인 복지재원의 확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사회>
-공영방송 또는 공적인 소유구조를 가진 언론의 공공성ㆍ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에 대해서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지난 정부 동안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그런 노력들이 있었고, 그게 실제로 현실이 됐다. 저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정권도 나쁘지만 그렇게 장악당한 언론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언론의 공공성 확보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노력들은 언론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만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드리겠다.
- 새 정부의 국정과제 1번이 이른바 적폐의 완전하고 철저한 청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가장 우선순위의 적폐청산이 무엇인지, 그리고 또 이른바 적폐청산을 위해서 기한은 예를 들어 내년까지 또는 임기 말까지 이런 식으로 어떤 기한을 설정해 놓은 게 있으신지 답변해주시기 바란다.
▲ 제가 생각하는 적폐청산은 우리 사회를 아주 불공정하게,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들을 일소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또 특정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 이런 것이 적폐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1∼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정부 임기 내내 계속되어야 할 노력이다.
- 지역공약들이 언제, 또 어떤 절차를 거쳐서 진행이 될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역공약, 또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 우리 정부는 인수위 과정 없이 취임 100일을 맞이하고 있는데 너무 급하게 재촉을 하시는 것 같다. 일단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과제 100대 과제를 선정했을 뿐이고 말씀하신대로 지역공약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T/F를 구성해서 하나하나 다듬어가야 할 그런 상황이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더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잘 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 비정규직 문제 해결 그리고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노조조직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는데 여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하다.
▲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목표 중 하나가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서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조합도 좀 더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식의 노력들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의 결성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앞으로 어떻게 도출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의문점을 갖고 있다.
▲제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는 데는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원전이 서서히 하나씩 줄어나가고 또 그에 대해서 LNG라든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를 마련해 나가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전기요금의 아주 대폭의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일도 아니다. 신고리 5, 6호기의 경우에는 당초 저의 공약은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년 6월 건설 승인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꽤 공정률이 이루어져서 거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가 많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제 공약대로 백지화를 밀어붙이지 않고 백지화하는 것이 옳을 것이냐 안 그러면 이미 그만큼 비용이 지출됐기 때문에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계속해야 될 것인가 이 부분을 공론조사를 통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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