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9일 코스피가 1% 넘게 하락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지수 하락의 주범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255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일 뿐 상승장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유럽과 미국증시는 북한과 미국의 마찰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돼 하락했지만 시장의 변화는 크지 않다. 장 막판에 미국 백악관 고문이 "트럼프의 핵무기 발언은 즉흥적이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등 시장을 안심시키자 미국증시의 낙폭이 줄어들었다.
북미의 마찰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나 과거 냉전과는 다르다. 세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세계 금융 시스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하는 데다 구소련과 미국 갈등처럼 강대국끼리의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한반도에서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간재가 많은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 강세가 시작돼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생기며, 중국 개입 시 강대국끼리의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일 뿐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날 미국증시 하락은 기술주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금융주 부진의 결과일 뿐, 북미 마찰을 확대 해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백악관 고문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등 인사가 트럼프 발언을 완화시킨 뒤 북미 마찰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마찰로 국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의 흐름도 4월 초나 7월 초보다 변동성이 제약된 흐름이다. 4월엔 칼빈슨 호 항공모함 한반드 파견, 7월 초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슈가 퍼졌다. 그런데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는 올 들어 가장 강력하다. 결국 최근의 외국인 매도는 지정학적 위험의 부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외국인 매도세의 원인은 기업실적 둔화에 있다. 기업 이익전망 개선 탄력이 둔화되는 사이 외국인이 차익실현을 한 것. 그러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등 한국 수출의 선행변수들 지표가 높고 상승 흐름을 타는 등 수출주도 이익 성장 흐름이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2009년 증시는 우리 기업의 실적 레벨업 기대감이 컸다. 현재는 2009년과 비슷한 실적 상승으로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개선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오래 이어지다가 짧은 차익실현 이후 재차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과거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속 순매수가 길었을 경우 오히려 차익실현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7개월 연속 순매수 했을 때 평균 한 달 정도 차익실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근 외국인 순매도 흐름은 길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인 순매수가 재차 유입될 것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외국인 선호 업종을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과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업종 가운데 3분기와 4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이익 평균치)가 한 달 전보다 상향 조정 중인 IT, 금융, 화학, 철강 업종이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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