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유리 속의 황화니켈이 팽창해 깨지는 '자파 현상'…백화점·지하철 스크린도어 등 불안
지난 1일 연세대학교에서 폭염으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연세대 학술정보관 6층에는 ‘폭염으로 인한 유리파열 상태로 곧 교체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게재됐다. 연세대 측은 폭염 탓에 유리가 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6월12일에는 서울역 고가 공원 ‘서울로 7017’에서 난간 유리가 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는 폭염으로 스크린도어 유리가 파손됐다.
같은해 7월에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벽 유리가 깨져 9살 어린이가 오른발을 크게 다쳤다. 이외에도 지난 1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공공장소 유리 깨짐 사고는 24건에 달한다.
여름철이면 강화유리가 외부 충격 없이 저절로 깨지는 ‘자파’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유리창뿐만 아니라 유리 식기, 냉장고 유리 문짝, 유리 샤워부스 등에서도 자파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어 위험하다.
자파현상은 유리 안에 있는 황화니켈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리 제작 과정에서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니켈이 황과 섞이면 황화니켈이 된다. 황화니켈이 열처리 과정을 통해 수축했다가 다시 열을 받아 팽창하면 유리가 깨질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냉방을 하는 실내와 무더운 실외의 온도차 때문에 이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이외에도 자파현상은 유리 내부가 불균등하게 강화되거나, 판유리를 자르는 과정에서 미세한 흠집이 생길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또 건설사가 시공할 때 강화유리 설치작업을 제대로 못해도 저절로 깨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력으로 자파현상을 완벽하게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자파를 일으키는 황화니켈은 지름이 0.4mm보다 작기 때문에 완전하게 제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산업규격(KS)에 ‘열간유지시험’ 항목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열간유지시험은 자파 가능성이 있는 유리를 시중에 내놓기 전에 열처리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품질인증(CE마크)을 받으려면 강화유리의 열간유지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외에도 선진국에서는 학교 등 공공장소의 ‘접합유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접합유리는 유리와 유리 사이에 필름을 붙여 만든 것으로 파손되더라도 유리파편이 거의 흘러내리지 않는다.
자파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강화유리를 그늘로 가려주거나 물로 식혀주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리 파편이 튀지 않도록 해주는 안전필름 부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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