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은 올림픽 진출을 위해 승마선수들을 선발해 전지훈련 보내라는 것이었다. 정유라 지원은 최순실(본명 최서원)의 요구였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8차 공판 피고인 신문에서 정씨 승마지원에 대한 특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동안 특검은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지원을 청탁하기 위해 정씨 승마를 지원했고,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승마 선수들을 지원한 것은 정씨 단독 지원임을 감추기 위해서였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박 전 사장은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청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애초 자신은 승마에 관심이 없었고▲최씨의 영향력을 뒤늦게 알았으며▲뇌물을 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은 "면구스럽지만 승마협회 회장직을 맡을 때까지 만 해도 삼성 사장들이 퇴직 후 으레 맡는 명예직이라고 생각해 승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이 부회장이 질책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급하게 올림픽 지원 방안 등을 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독대 후 이 부회장이 전해준 박 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서도 정씨 이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씨를 독일 전지훈련단에 포함시키고 코어스포츠와 용역을 체결해달라는 최씨의 요구를 들어준 이유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친밀한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최씨의 반대에 부딪혀 늦어지기는 했지만 다른 5명의 선수들을 선발해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사장은 특히 말 세탁 의혹에 대해서는 "몰랐다. 뒤늦게 임의로 교환 계약했다는 사실을 듣고 화를내며 즉시 원상 복귀를 하라고 했다"며 "최씨가 6개월의 시간을 주면 블라디미르 팔아서 비타나 값 주겠다고 해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어 스포츠와의 용역 계약을 끊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려 하자 최씨가 매달 23만 유로를 지급해달라고 매달렸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에 앞서 피고인 신문을 받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도 "말 교환 계약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난 후 최씨에게 항의했다. '법정에서 보자'고까지 항의했지만 최씨는 항의하는 것을 무시해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1일 박 전 사장에 대한 속행 공판 후 이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미전실 차장(사장)등 전직 임원들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