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 "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할 것"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역량이 중요하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전문성과 함께 현장감을 가져야 한다. 학문과 필드가 결합되는 역학조사관을 육성할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52)의 첫 마디다. 정 본부장은 28일 아시아경제 전화 인터뷰에서 "현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역학조사관과 연구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질병예방센터장으로 근무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차출됐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긴박한 메르스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언론을 대상으로 브리핑했다.
이때의 경험은 정 본부장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고민과 숙제를 던졌다. 해외 감염병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어서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있는 해외 감염병에 대한 정보 파악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정 본부장은 "우리의 감염병 관리체계의 취약점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완해 왔다"며 "더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채워가면서 감염병 대응 역량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 제고도 정 본부장의 관심 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이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우리 조직 내부에서 이뤄내야 할 사명"이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대신했다. 그 중에 가장 고민이 큰 것은 독립성 확보 부분이다. 국회와 전문가 등은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소속기관이라는 점이 한계다. 정부의 의견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정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는 내부적으로 전문성 강화에 나서고 앞으로 2차 정부조직개편 등을 통해 국가 경영차원에서 독립성 부분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2월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된 기관이다. 초대 정기석 전 본부장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정 본부장은 국장급에서 바로 차관급에 오른 인물이다. 첫 여성본부장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본부에는 여성 인력이 많다"며 "남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기관의 전문성을 키우고 국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게 우리에 맡겨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한편 정 본부장은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 긴급상황센터장을 역임했다. 1965년 광주 출생으로 전남여고,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보건학 석사를 거쳐 서울대 예방의학 박사를 취득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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