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왕' 강훈, 무리한 사업확장이 '위기' 불러
'가맹점 갑질·횡령'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구속 기소
창업주 김선권 떠난 '카페베네', 심각한 경영위기로 자본잠식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커피왕의 성공은 찬란했고, 퇴장은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강훈 KH컴퍼니 대표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프랜차이즈업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스타벅스 한국 론칭부터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등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의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그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프랜차이즈 1세대들이 몰락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지만 시장 포화에 따른 과당 경쟁, 무리한 투자, 방만 경영 등이 맞물리며 화려했던 성공신화가 거품처럼 사라지고 있다.
◆'무리한 사업확대·자신감'으로 사라진 성공신화=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된 강훈 대표는 할리스커피·카페베네 등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연달아 히트시킨 프랜차이즈업계 1세대 성공 신화로 불렸다.
그는 1992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입사해 국내 스타벅스커피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면서 커피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강 대표는 1998년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를 공동창업한 후 시장에 안착시키면서 '커피왕'으로 불리우기 시작했다. 카페베네로 무대를 옮겨간 이후에는 최단 시간에 최다 매장 출점 등 고속성장을 이끌어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1년 카페베네와 결별한 후 강 대표는 망고식스를 창업했다. 이후 KJ마케팅을 인수하고 망고식스 자매 브랜드인 '쥬스식스'와 '커피식스' 등을 론칭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이에 업계에선 강 대표가 내실 다지기보다 외형 확장에 집중하면서 경영부담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KH컴퍼니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10억원, 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KH컴퍼니와 KJ컴퍼니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프랜차이즈업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 대표가 '새로운 도전'에 지나치게 집착한 것이 무리한 확장으로 이어졌고, 결국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며 씁쓸해했다.
한 관계자는 "망고식스를 두고 업태가 중복되는 커피식스, 쥬스식스까지 열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잇따른 사업 영역 확장이 결국 부메랑이 된것 같다"고 말했다.
◆'피자왕' 추락…프랜차이즈산업 체질개선 되어야= 강 대표의 죽음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프랜차이즈 1세대 주역들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구속기소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회장은 국내 피자업계에서는 신화를 일궈낸 '피자왕'으로 통한다. 경쟁이 치열한 피자 시장에서 미스터피자를 1위로 만든 장본인이다. 1990년 일본에서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들여 온 뒤 매장 수를 확대하다가 2010년 일본 상표권 자체를 인수하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1990년 이대 앞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열고 이후 사세를 본격적으로 키웠다. 끊임없이 메뉴 개발과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읽어나간 그는 결국 2009년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을 제치고 미스터피자를 국내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갑질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 6월26일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신세가 됐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공급할 치즈를 구입하면서 자신의 동생 아내 명의로 된 회사 등을 중간업체로 끼워 넣는 방법으로 가격을 부풀려 50억원대 이익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판단한 그의 횡령·배임액만 9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4월에도 경비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MP그룹의 실적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2013년 1703억원에 달했던 MP그룹 매출이 지난해에 970억원까지 떨어졌다. 매출 감소에 허덕이던 가맹점 60여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현재 가맹점주 대부분이 매출 감소에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 대표와 함께 할리스를 창업했던 김도균 대표 역시 탐앤탐스 경영 악화에 위기를 겪고 있다. 2001년 창업한 탐앤탐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고,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2007년 이후 9년만의 적자다.
또 다른 커피왕으로 불렸던 김선권 카페베네 창업주는 경영 악화에 두손을 들고 회사를 떠나야만했다. 이후 카페베네가 사모펀드 품에 안겼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336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558억원으로 자본금 432억원을 웃돌았다. 올 1분기에도 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3월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가 -1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1세대의 몰락이 무리한 사업 확장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훈 대표와 김선권 카페베네 창업주, 정우현 미스터피자 창업주 등은 한때 업계 '신화'로 여겨졌던만큼 이들의 몰락은 충격 그 자체"라며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난립 속에 무리한 사업확대와 욕심이 결국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기회에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가맹본부가 일정 기간 직영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업 진입 장벽을 높이고 가맹본부의 법적 책임을 강화해 '롱런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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