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민 알권리와 피고인 권리 놓고 생중계 내용 검토해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생중계에 대해 허용하기로 방침을 밝힌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하는 장면 등 생중계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25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대법관 회의를 열고 8월1일 자로 현행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1·2심 재판 선고의 생중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개정 규칙은 8월1일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 즉시 시행된다.
현행 규칙 5조는 '촬영 등 행위는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에 한한다'고 정해 1·2심 재판의 중계는 불가능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조항을 '공판 또는 변론의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 한한다'고 개정해 해당 사건 재판장의 허가를 통한 선고 중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 재판부,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 생중계 거절 때 공공의 이익 검토
하지만 재판 생중계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통해 자신을 변론하는 등 보통 ‘생중계’라는 사전적 의미를 떠올렸을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장면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원이 공개한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 중 신설된 개정안에 따르면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의 변론권 ㆍ방어권 기타 권리의 보호, 법정의 질서유지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재판장이 촬영의 시간ㆍ방법 등을 제한하거나 방송허가에 조건을 부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피고인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재판 생중계를 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관련해 우선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재판 생중계에 대한 피고인의 동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보장 받는 ‘무죄추정의 원칙’ 이 생중계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생중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느냐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 피고인의 권리, 변론권·방어권 보장에 따라 재판부 선고만 중계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 거절의 이유에는 재판 생중계로 피고인의 변론권ㆍ방어권 기타 권리의 보호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을 이유로 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판장은 법정의 질서유지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촬영의 시간ㆍ방법을 제한하거나 방송허가에 조건을 부가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판장은 판결 선고에 관한 재판 생중계를 할 때 재판부만 촬영하고 피고인의 모습은 촬영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선고만 중계를 하는 모습은 3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생중계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규칙 개정으로 최종심뿐 아니라 1,2심에서도 중요 사건의 판결 선고를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게 돼 국민의 알 권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보도자료를 통해 “제1ㆍ2심 재판중계방송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면서도 소송관계인의 변론권ㆍ방어권을 보호하는 등 올바르게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하여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생중계는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의 권리를 두고 법원이 공공의 이익을 기준으로 그 내용과 수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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