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상을 개시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무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USTR는 이어 "무역 손실을 줄이고 미국인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면서 "특별공동위는 한미 FTA의 개정을 고려할 수 있거나 약정의 수정과 조항의 해석 등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우리의 대(對)한국 상품수지 적자는 132억달러에서 276억달러로 배가됐고, 미국의 상품 수출은 줄었다"면서 "이는 전임 정부가 이 협정을 인준하도록 요구하면서 미국민들에게 설명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특별공동위는 중요한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루고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시장 접근성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더욱 균형 잡힌 무역 관계와 진실로 공정하고 평평한 운동장을 조성하는 진전을 우리가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음 달 중 워싱턴DC에서 한미 양국 특별공동위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한미 FTA 협정문에는 한쪽이 공동위 특별 회담 개최를 요구하면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응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특별공동위 개최수순일 뿐, 한미 FTA 재협상 및 개정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우리가 반드시 미국 측의 FTA 개정협상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공동위에서 개정협상 개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개정에 합의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의 재협상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우리 측의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일방적인 한 국가의 문제제기만으로도 FTA 재협상 및 파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여 국장은 "추후 공동위가 개최돼 미국 측이 한미 FTA 개정협상 개시를 요구하는 경우, 양측 실무진이 공동으로 조사ㆍ분석해 한미 FTA가 양국 간 무역불균형의 원인인지를 먼저 따져 보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당당하게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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