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금호타이어가 산업은행의 경영평가에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산업은행의 경영평가가 금호타이어의 경영실적과 재무구조개선 이행상황, 경영관리 등 계량 및 비계량 지표에 기반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2년 연속 D등급이 확정될 경우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현 경영진을 부실경영을 이유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 나머지는 금호타이어의 매각과정에서 채권단이 수정 제시한 상표권 사용조건에 박삼구 회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도 본 것이다.
-정성적 평가 급락에 0.2점 차이로 D등급
11일 금호타이어가 공개한 산업은행의 금호타이어에 대한 경영평가 총점은 2015년의 60.5점에서 2016년 69.8점으로 D(총점70점 미만)등급을 받았다. 산업은행의 경영평가는 경영계획 달성도 70점과 정성적 평가 30점으로 이루어진다. 금호타이어의 2016년 경영계획 달성도는 59.2점으로 2015년의 42.4점에서 대폭 개선됐으나 정성적 평가는 오히려 2015년의 18.1점보다 크게 하락한 10.6점을 받았다.
금호타이어는 "2016년도 경영계획 달성도는 전년대비 16.8점이 상승했지만 정성적 평가는 오히려 노조파업이 있었던 2015년보다 7.5점이나 하락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경영평가는 주로 경영지표를 중심으로 한 정량적 평가와 경영관리 선진화, 위험관리 적정성, 경영관리에 대한 협력도 등의 정성적 평가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정량적 평가가 객관적이라면 정성적 평가는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금호그룹과 금호타이어 일각에서는 산은의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평가를 예로 들면서 산은의 자의적·임의적 평가를 불신한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대우조선의 부실을 잡아낼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이를 가동하지 않아 부실을 키우고 회사를 살릴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대우조선은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2011~2014년 총 4번의 경영평가를 받았으며 2011년 85.22점, 2012년 70.91점, 2013년 82.85점, 2014년 69.05점 등 평균 77점을 받았다. 부풀려진 경영평가로 임직원들은 수 백억원의 성과상여금을 받아 비판을 받았다.
-분식회계 대우조선에 후한 평가…인위적 등급은 경영권박탈이 목적
이번 D등급 평가를 두고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산은은 금호타이어에 대한 인위적인 경영평가 등급은 2년 연속 D 등급을 부여해 현재의 경영권을 박탈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지난 2010년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회장과 맺은 특별 약정에 근거해 경영진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채권단이 이번 경영평가 등급을 바탕으로 경영진 교체나 해임권고 등을 실행할 수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 등기임원은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박삼구 회장과 이한섭 사장, 손봉영 부사장 등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놓고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달 21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매각이 무산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거래관계 유지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고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호타이어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는 동시에 우선매수권 박탈도 추진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D등급 준 날 상표권 수정안 제시…평가 아닌 매각이 목적
채권단은 현재 진행 중인 매각절차 등을 감안해 경영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는 추후에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삼구 회장측에 수정안으로 제시한 상표권 사용조건의 압박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맞물린 상표권 사용 조건 협상과 관련해 박삼구 회장의 요구를 차액보전 방식으로 수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더블스타는 '5+15년', '사용 요율 0.2%' 조건을 내놨지만, 박 회장 측은 '20년 사용', '해지 불가', '사용 요율 0.5%'를 제시하며 대치했다.
그러다 지난 7일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2016년 경영평가 등급을 D등급으로 확정하고 '0.2%', '의무사용 5년·추가 사용 15년(중도해지 가능)'에 사용기간은 양측 주장의 중간수준인 '12년 6개월'로 다시 제안했다. 박 회장은 현재까지 채권단의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금호타이어가 경영평가 재조정을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능한 법적 수단인 행정소송이나 명예훼손을 다루는 민사소송에 나서라도 승소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