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EU, EPA 큰 틀 합의…2019년 발효 목표
일본 자동차 관세 철폐에 따라 韓 기업 타격 불가피
자유무역 큰 축 이룬 日, 미국 빠진 TPP 주도 힘 받을 듯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일본과 유럽연합(EU)이 4년간 추진해 온 경제연대협정(EPA)에 합의하면서 매머드급 경제권 탄생이 현실화됐다. 이번 협정으로 자유무역의 판을 키우게 된 일본은 미국이 등돌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EPA 협상이 큰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선언했다.
양측은 세부 조항에 대한 협의를 거쳐 연내 EPA를 최종 타결하고 2019년 발효에 합의했다. 일본은 치즈와 와인,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시장 일부를 개방하거나 수입량에 따라 저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쿼터를 설정하기로 했다.
EU는 일본 자동차에 부과되던 수입 관세(10%)를 협정 발효 이후 7년에 걸쳐 철폐한다. 이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온 한국 자동차 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PA가 발효되면 양측 교역 품목의 95%가량에 무관세가 적용되고 각종 무역 절차가 간소화된다. 일본과 유럽 기업 간 합의로 만들어낸 규칙이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세계 무역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경제권의 한 축을 맡게 된 일본은 이제 TPP 조기 발효에 집중하며 자유무역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EPA 합의가 TPP 조기 발효를 위한 논의를 촉구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TP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탈퇴 선언과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가로막혀 답보 상태에 있었다.
미국을 뺀 나머지 11개 참여국끼리 협정을 타결할지 아니면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인지를 놓고 국가별 입장차를 보이면서 TPP 체결이 불발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일본과 EU의 EPA 체결이 TPP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빠진 자유무역시장에서 일본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TPP 참가 11개국은 오는 12일 일본에서 회의를 열고 조기 타결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일본과 EU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보호주의적 정책에 맞서 오는 7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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