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정치]한국당, '친박' 대신 '친홍' 오나…洪 견제 움직임도

정우택 "1인 지배 시대는 지났다"…비박계·초재선, 지도부에 제언·비판 목소리 낼 듯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호(號)'의 출항으로 친박(친박근혜)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을까.

한국당을 이끌 새 선장으로 비주류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선출되면서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의원들이 "더 이상 친박은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 친박 인사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6일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제 친박은 없다. 계파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진태·이우현 의원 등 다른 친박 인사들 역시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 직후 한 친박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친박이라는 수식어를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당내 세력이 '친홍(친홍준표)' 대 '비홍(비홍준표)'으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홍 대표가 당내 요직에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배치하면서 벌써부터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홍 대표의 돌출 행동과 '독단적 리더십'을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홍 대표가 당 혁신 작업에 있어선 외부 인사로 구성된 혁신위원회에 전권을 맡기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홍 대표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혁신위를 채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내 기반이 약한 홍 대표가 원외 인사들을 활용해 세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선 홍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7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한 사람이 당의 모든 체제를 지배하는 시대는 지났다. 1인 지배의 인치시대가 끝났다"며 "앞으로 인선을 하거나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최고위원들을 비롯해서 당내 중진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복당파' 의원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비박(비박근혜) 김성태 의원은 아시아경제와 만나 "앞으로 당내 비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직 인선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우리 당이 수구보수 색깔을 버리고 국민들이 원하는 혁신을 통해 정통 보수정당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국민들이 거부하는 폐쇄적인 길을 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과 보수 재건을 위한 제언-이제는 야당이어야 한다'라는 제목의 당 혁신안이 담긴 소책자를 배포하기도 했다.

당내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재선 의원 모임은 조만간 중지를 모아 새 지도부에 바라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초선 간사를 맡았던 박찬우 의원은 대표적 청년 의원인 김성원·신보라 의원에게 바통을 넘길 예정이다. 이 같은 당내 움직임이 홍 대표의 독주를 막고 젊은 보수정당으로서 이미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