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금융위 통해 대출금리 파악
조명균, 다음주 개성공단 비대위 면담…정책자금 지원 여부 관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다음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을 만나 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상황을 듣는다. 입주기업들 상당수가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만큼, 정책자금 지원 요구도 들을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은 오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한용 회장 등 10명 내외의 비대위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밝혀온 요구사항을 장관께 다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대출 지원' '피해복구를 위한 경영정상화 지원 연장'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면담에서는 기업들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여부가 중점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기업들은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개성공단 재가동이 요원한 만큼, 경영상황이 어려운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특히 통일부가 최근 금융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시중은행에서 적용받는 대출금리 현황을 파악한 만큼 정책자금 지원 요구는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연리 1%p 이상 오른 기업이 6곳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연장 이후 이들 기업이 적용받는 대출 금리는 10%대로 상승했다. 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만기 이전 6.73%에서 7.27%p 오른 14%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납부하던 이자의 2배 이상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일일이 파악할 순 없지만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되면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가 어렵다"면서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정책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추가 지원 등 기업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정책자금 보다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 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책자금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시중은행에 기업들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금리를 낮춰달라고 협조를 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지난해 가동중단 이후 기업에 제공된 자금지원이 정부가 책정한 수준을 밑돌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책자금 지원이 쉽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이후 합동대책반을 가동해 입주기업에 모두 약 3600억원을 신규대출했다. 이는 지원한도인 5500억원의 약 65% 수준이다.
이와 함께 남북경협, 금강산 사업진출기업들과의 지원 형평성 문제도 걸림돌로 제기된다.
다만 조 장관이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중단) 조치의 성격 등을 볼 때 단순히 법적인 제도나 규정으로 따지는 것을 넘어선 국가의 책임성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한 만큼,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이후 중단된 정부합동대책반 부활도 점쳐진다.
한편 조 장관은 남북경협을 금지한 5ㆍ24 조치와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피해를 본 남북경협기업 관계자들과도 조만간 면담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4일 출근길에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피해지원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남북경협기업 관계자들을 마주치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직접 만나 얘기를 듣겠다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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