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 5일 공개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를 증명할 영상자료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2년 동안의 발굴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2관에서 70년 넘게 잠자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찾아 5일 공개했다.
18초짜리 흑백 영상에는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여성 7명의 모습이 나온다. 미·중연합군 산하 제8군사령부 참모장교 신 카이(Shin Kai) 대위(중국군 장교)로 추정되는 남성은 한 명의 위안부 여성과 얘기를 나누고, 나머지 여성들은 침묵하고 있다.
영상 속 장소는 미·중연합군 제8군 사령부가 임시로 사용한 민가 건물이다. 위안부 포로에 대한 심문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서울대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영상 속 인물들이 한국인 위안부라고 입증할 근거로 2000년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힌 사진을 내세웠다. 사진 속 인물들과 영상 속 인물들은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하다.
또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은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서울대 연구팀은 설명했다. 쿤밍(곤명) 포로 심문보고서에 따르면 쿤밍 포로수용소에 구속된 조선인 25명(여성 23명, 남성 2명) 중 10명은 송산 지역에서 온 위안부들이었다. 13명은 등충 위안소에서 온 위안부들이었다. 포로 명단 가운데엔 박 할머니의 이름도 표기돼 있다.
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이번 영상을 찾기 위해 NARA가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필름 가운데 수백 통을 하나씩 확인했다. 영상은 미·중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의 에드워드 페이(Edwards C. Fay) 병장으로 추정되는 이가 1944년 9월8일 직후 촬영한 것이다.
발굴 조사는 시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일부로 실시됐다. 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가 38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기록물 조사 발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군의 공문서가 대부분이라서 국내 연구자들의 자료 접근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발굴한 문서, 증언, 사진, 영상자료는 시민참여 강연회교육자료 등 시민들을 위한 대중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시는 오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공모전, 학술대회, 전시 개최 등을 지원한다.
한편 이날 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일본군 위안소로 활용됐던 건물을 촬영한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건물은 용릉(Lung-ling)에 위치한 '그랜드 호텔'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미·중연합군이 용릉을 점령한 직후인 1944년 11월4일 53초 길이로 촬영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갑자기 끊긴 상태에서 시가 지원해 서울대 연구팀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추진해 이 같은 결실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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