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이름에 적용되는 원칙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눈들어 하늘보니
나에게 다가오는
빛으로 달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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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부분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시 '풀꽃' 전문이다. 한 존재가 인류에게 의미로 다가오고 사랑스럽게 해석되기 위해서는 그 존재의 이름이 필요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저 먼 곳에 있는 은하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우주에는 수천 억 개의 은하가 있다.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이 은하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서 특정 은하를 발견했을 때 단순하면서 특별한 이름을 가지는 은하는 드물다.
컴퓨터 암호처럼 숫자들로만 이름 붙여진 은하도 많다. 은하에 이름을 붙이는 데는 원칙이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는 최근 '2XMM J143450.5+033843'이란 긴 이름의 은하를 예로 들었다. 무작위 숫자의 나열처럼 보이는데 그 속에는 독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몸짓에서 '꽃'이 되는 순간이다.
2XMM J143450.5+033843이란 이름에서 2XMM은 유럽우주기구의 'XMM-뉴턴 망원경'으로 두 번째 X-레이 조사를 통해 발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J'는 천체 좌표를 의미한다. 뒤따르는 숫자는 천체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다. 앞쪽 '143450.5'는 적경(경도) 14시34분50.5초란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033843은 적위(위도) 값을 뜻한다. 3도38분43초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발견된 은하는 천문학자들이 정기적으로 '자세히' 관찰한다. 오래보면서 이 은하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2XMM J143450.5+033843'은 지구로부터 약 4억 광년 떨어져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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