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미중이라 임명 결재 어려워
전자결재도 쉽잖을 듯…조 후보자, 30일 출근 안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초스피드로 통과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29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직후 '정식임명될 때까지 주변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취지의 건의를 드렸고 장관 후보자가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휴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후보'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결재가 필요한데, 현재 미국 순방중이어서 결재와 함께 임명장 수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재 전까지 정식 장관이 아닌 만큼 정부서울청사로 갈 수는 없고, 인사청문이 마무리돼 더 이상 사무실이 마련된 남북회담본부에도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귀국 직후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정식 임명할 경우 현 정부 들어 보고서가 채택된 이후 가장 늦게 임명된 장관으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고서 채택 당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았고, 김부겸 행정자치부, 도종환 문화체육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은 보고서 채택 다음날 장관으로 정식 임명됐다. 특히 조 후보자는 현 정부 이후 청문회 당일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그의 늦은 임명은 더욱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하루 빨리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방미 기간 중 전자결재를 통해 임명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결재 즉시 장관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청와대 측은 전자결재 여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장관 임명에 대한 전자결재를 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순방 중 전자결재로 장관을 임명한 사례는 전 정부에서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한 가운데 전자결재를 통해 당시 조윤선 문체부 장관 후보자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조경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정식임명했다. 조경규 장관은 그해 8월 26일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지 9일만에 '후보자' 꼬리표를 뗐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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