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4년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1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사에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 완화는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그동안 미국 기준금리 인상 때마다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 인상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던 입장에서 완벽하게 선회한 것이다.
이 총재의 발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사흘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15일 새벽 정책금리를 연 0.75∼1.0%에서 연 1.0∼1.25%로 올릴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이 경우 미국 금리와 우리 기준금리가 비슷해져 외국인 투자자금의 일부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로 인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게 되면 결국 우리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역대 최대 수준인 국내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가 1359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분기별 가계부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당 연간 이자부담이 42만원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이 40% 이상인 '한계가구'의 연간 이자상환 부담은 83만원씩 증가한다. 한은이 금리를 여러 번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가계부채 증가는 상당부분 부동산 대출 확대로 인해 이뤄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자를 올리면 대출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부동산 시장 침에와 함께 가정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한국은행이 바로 따라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정부는 물론 대출자들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경제 티잼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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