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법원이 3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정씨는 245일 동안의 국외도피를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체포된 지 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1시27분께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정씨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이날 오후 2시께 법원에 도착해 약 3시간40분 동안 법원 319호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받았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구속된 최씨가 심문을 받았던 곳이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2일 오전 12시25분께 형법상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총 3가지 혐의로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씨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과 학사 관리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청담고 재학 당시 승마협회 명의의 허위 공문을 제출하는 등의 혐의와 하나은행에서 대출한 돈을 덴마크 생활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의혹도 받는다.
정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심문에서 정씨가 덴마크에서 송환 불복 항소심을 포기하고 사실상 자진 입국한 점과 정씨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는 최씨가 주도했다는 점을 들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씨의 이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된 자들이 줄줄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삼성 뇌물수수 혐의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정씨 역시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검찰이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보강수사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마지막 퍼즐'로 꼽혀왔다.
국정농단 사태를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측근인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규명을 밝힐 핵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씨는 입국 직후 기자회견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어머니(최씨)가 시켜서 한 것 일이고 나는 몰랐다'는 취지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입국게이트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머니가 삼성전자 승마단이 또 승마 지원하는데 6명 지원하는 중에 1명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저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또 해외 체류 당시 사용한 돈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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