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전(前)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두번째 검찰 소환조사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엄마 프레임'으로 방어선을 짰다. 검찰은 이르면 1일 오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씨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달 31일에 이어 이날도 정씨를 상대로 이화여대 입시ㆍ학사비리(업무방해), 승마지원을 명목으로 한 삼성의 특혜지원(제3자뇌물수수), 신고절차 등을 어기고 해외에서 부동산 등을 구입한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초반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진행하고 있다. 정씨는 검찰로 압송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어머니 최씨를 앞세워 각종 의혹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삼성의 뇌물제공 의혹을 두고서는 "삼성전자 승마단이 또 승마 지원을 하는데, 6명을 지원하는 중에 (제가) 1명이라고 (어머니가) 말씀을 하셔서 그런줄로만 알았다"고 말하는 등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
이대 입시면접 때 금메달을 들고 갔던 것도 '어머니가 시켜서'였다고 정씨는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태 전반에 관해선 "제가 어머니와 전(前) 대통령님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시킨대로 했다'거나 '어머니 일이라 모른다'는 등, 결과적으로 모든 사안에 '어머니'를 내세워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떻게든 혐의와 자신을 분리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씨와 변호인이 미리 합의를 해서 세운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정씨의 혐의를 확신하기만 한다면 구속영장 청구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조사 내용이 방대하고 그가 수개월 동안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점 등을 고려하면 통상의 구속영장 청구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모녀를 동시에 구속하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에 검찰의 고민이 클 것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씨의 체포 시한은 2일 오전 4시8분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검찰은 이 전에 정씨를 풀어줘야 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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