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 주소지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했다' 해명도 국회서 논란될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29일 장녀의 주소지 위장전입 의혹을 직접 해명했다. 앞서 한 언론은 강 후보자의 장녀가 전입한 주소지가 친척집이라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이화여고 전 교장선생님댁'이라고 밝혀 위장전입에 이어 거짓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강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친척집인지 모르고 장녀의 주소지를 이전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데다 청와대의 부실 검증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외교부 청사 인근 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검증과정 당시 제네바 출장중이었다"면서 "회의도 하고 뉴욕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마 청와대에서 남편한테 연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딸아이) 전입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이 없었다"면서 "엄마 단독으로 한 건데 (남편이) 친척집으로 쉽게 대답한 것 같은데, 친척집은 전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철저히 인사검증을 해야 하는 청와대가 후보자의 말을 직접 듣는 대신 남편의 말만 듣고 검증을 마쳤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결국 검증이 부실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강 후보자는 '(청와대에) 친척집이라고 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없다" "출장중이어서 남편과 연락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해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오히려 실수가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녀가 전입하게 될 주소지를 확인도 하지 않고 옮겼다는 해명도 석연찮다. 강 후보자는 "엄마의 마음으로 딸아이의 학교 적응을 편하게 하기 위해 내가 나온 이화여고에 넣고 싶었다"면서 "아는 은사가 주소지를 소개해줬고 그 주소로 주민등록을 옮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곳에 누가 사는지, 소유주가 누군지는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가 자녀의 주소지를 은사의 말만 믿고 덜컥 옮기기는 쉽지 않다.
강 후보자는 '그 주소지에 누가 사는지 정말 몰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강 후보자의 이날 해명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당초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에서 먼저 공개를 한 만큼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소지를 알지 못했다' '친척집이라는 보도는 청와대가 남편에게 연락해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오히려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미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이 모두 걸리면서 야당이 공세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이 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에 불가방침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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