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임명, 남북관계 개선 가늠자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북한이 14일 새벽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연설에서 "평양에도 갈 수 있다"며 남북대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북한이 새정부 들어 처음으로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우리 정부로서는 중대한 도전을 맞게 됐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대화 시사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기선 제압용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방적인 대화제의에는 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은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미국측과 '1.5트랙' 대화를 마친 후 귀국길에 나선 도중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미국과의 대화에 대해 "여건이 되면 하겠다"고 밝힌 것과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상실할 핵실험 대신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 인선은 더욱 주목받게 됐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선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예를 들어 통일부 장관으로 정권 핵심 인사가 임명된다면 남북대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외교부 수장이 실세라면 한미공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통일부 장관의 경우 남북대화의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해 관료를 포함해 전문가를, 외교부 장관은 정치인을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북한이 문 대통령 초대 외교와 통일부 수장 인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사일을 쏨에 따라 인사 방침이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게 됐다. 특히 미국이 남북대화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점은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북한과의 대화와 관련해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않지만, 특정한 상황(certain circumstances)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기조대로 북한이 핵폐기 수순을 밟기 전에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전문가가 수장으로 임명돼야 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다만 목적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동상이몽이라는 분석이다. 외교부는 북핵대응과 강력한 한미동맹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통일부는 남북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 정책은 장관에 따라 달라지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면 관계부처가 모여 외교와 통일 정책을 조율하게 된다"면서 "부처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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