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칼럼]재정신청제도 개선이 검찰개혁의 첫걸음

시계아이콘01분 45초 소요

[칼럼]재정신청제도 개선이 검찰개혁의 첫걸음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前서울변회장
AD

지난 4월24일 검찰은 허위 사실 공표(재산축소신고) 혐의로 기소된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결심공판에서 "앞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 등 이번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등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고 하면서 구형 의견을 내지 않았다. 염의원 측 변호인은 당연히 무죄 취지로 변론했다. 결국 창과 방패로 맞서 싸워야 하는 검사와 변호인 모두 피고인인 염의원이 죄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형사재판에서는 증거조사가 끝나면 검찰이 공소사실과 법률 적용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밝히는 '논고'(論告)를 하면서 재판부에 적정한 형을 선고해 달라는 구형을 하는 게 관례다. 그렇기에 공판정에서 검사가 무죄구형을 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이는 우리 형사재판에 있는 재정신청제도가 이상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일정한 범죄에 한함)이 그 결정이 타당한지 법원에 묻고 검찰의 결정이 타당하지 않다면 법원이 기소를 강제하는 제도다. 재정신청제도는 현행법상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뚫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그런데 현재의 재정신청제도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잘못됐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검사에게 기소를 명령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검사는 죄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는데도 법원의 결정 때문에 자신이 죄가 없다고 믿는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구형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사건은 검사의 직무상 판단 결과 죄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무죄의 구형이라는 이상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재정신청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으며, 유력 대선후보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검사에게 공소유지를 맡기지 않고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변호사를 지정하는 제도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재정신청제도에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더 있다. 검사가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불기소처분을 내린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난 2012년부터 작년 6월까지 법원에 들어온 재정신청은 총 8만5777건에 달했지만 공소가 제기된 경우는 683건(0.8%)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재정신청 인용율이 저조한 이유 중에 검사가 수사를 불충분하게 한 탓이 없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불충분한 수사를 하고 불기소를 한 경우에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무죄가 나올 것이므로 공연히 사회적 자원만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


검사의 불충분한 수사로 인한 불기소처분에 대해서는 종래의 재정신청과는 다른 관점의 보완방안이 필요하다. 즉 기소를 명령하거나 기소를 의제하는 처분이 아니라 수사를 보완하도록 명하는 처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사보완명령이 불충분한 수사를 한 검사를 상대로 내려지게 되면 과연 검사가 그 명령에 따라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독점을 시정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즉 검찰이 아닌 별도 기관에서 수사를 보완하게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또한 국민들 대다수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검찰개혁으로 제시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사장직선제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등은 하나 같이 검찰이 가진 권한을 뺐거나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며, 재정신청개선방안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적지 않게 반발하겠지만, 검찰개혁의 거센 요구는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에 자초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다음 주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다양한 의제들이 당선자 앞에 놓여 있지만 검찰개혁 역시 주요 의제다. 이는 검찰의 비대한 권한은 나누고 기관 간 상호견제하게 하는 이념이 내재되어야 한다. 재정신청제도개선 역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마땅하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前 서울변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