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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대선 TV토론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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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대선 TV토론 감상법 류을상 논변과 소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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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열렸던 네 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를 사무실에서 지인 몇 명과 함께 봤다. 일찌감치 주문한 생선회에다 토론 장면을 안주삼아 벗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재미도 괜찮았다. 우리는 마치 아마추어 권투 경기 관람하듯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토론회를 봤는데, 가장 눈길을 끈 이는 단연 홍준표 선수였다. 홍 선수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특유의 개인기를 발휘했는데 그의 좌충우돌은 주특기인 노무현 대통령 물고 늘어지기로 시작됐다.


홍준표: 지난번 TV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640만 달러를 이야기할 때 노 대통령께서 직접 받은 것이 아니고 가족이 받았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은 돌아가셨고 가족들이 직접 받았으면 이것을 재수사하고 640만 달러는 뇌물이니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문재인: 제가 노 대통령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로서 노 대통령이 그 사건에 관련됐다는 아무런 증거를 검찰이 갖고 있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홍준표: 그럼 노 대통령이 왜 돌아가셨냐?


[살며 생각하며]대선 TV토론 감상법

홍 선수의 ‘노무현 때리기’는 이번 토론회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읊어대는 스테레오 타입중 하나인데,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을 받지 않았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의 독창적 주장이다. 즉 자살이야 말로 노전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는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얼마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돈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노무현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는 해괴한 입방정을 떤 적도 있다.

홍 후보가 이처럼 사리에도 전혀 맞지 않은 억지를 왜 이다지도 집요하게 부리는 걸까. 선거공학 측면 등에서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난 무엇보다 법원을 향한 홍 선수의 결백 주장, 즉 자신을 위한 ‘구명 활동’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일련의 언행에서 감지되는 홍 선수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에 대한 실형이라도 면하는게 남는 장사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장면은 박전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결정이 잡범들 훈계 수준이라는 ‘비평’ 부분. 이 또한 상당히 독창적이다. 작년 연말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을 만들어 놓으니까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의논하고…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만 향단이었다. 탄핵당해도 싸다”고 독설을 퍼부었던 그가 이번 토론회를 비롯 최근에는 이렇게 말을 바꾸었다.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이어서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이것을 헌재가 탄핵 사유로 들었고, 박 전 대통령 측 변명이 오락가락했다고 지적했지만 이건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또 특검과 검찰에 출석하지 않는 것도 피의자의 권리다. 이런 세 가지 사유를 들어 헌법 수호의지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이건 잡범들 집행유예할지 실형을 보낼지 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박전대통령이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의논하는 등 사실관계가 변동없는 상황에서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며칠 전 1588로 시작된 홍준표 후보 선거운동정보 문자 메시지 내용대로 ‘4선 국회의원, 집권여당 대표, 재선경남지사로서 풍부한 국정경험을 지닌’ 이력에서 나오는 거라고 짐작할 도리밖에 없다.


이 글의 목적은 홍준표라는 한 후보를 정치적으로 비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홍 선수가 워낙 독창적이고 기상천외한 언동을 구사해 눈길을 끌고 있을 뿐, 말 바꾸기, 네가티브, 막말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후보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통령 수준의 품격을 논하기 전에 건전하고 상식적인 시민 수준의 품격부터 따져보자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논하기 전에 시민으로서의 품격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은 파면된 박전대통령이 이미 온몸으로 보여준 바 있다.


한 끼 밥상에 오를 먹거리를 고를 때도 이리 만지고 저리 재보듯, 후보를 고를 때도 그들의 면면을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야 하리라. 유통기한은 지나지 않았는지, 가격은 적정한지, 영양성분은 충분한지.. 마트 진열장에 있는 우유 등속이야 표시된 내용만 꼼꼼이 살펴보아도 신선도부터 먹거리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훤히 알 수 있겠지만, 어디 사람 고르는 게 그리 단순한 문제인가.


홍 선수만을 비토한 듯 해 그의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일부를 다시 소개한다. “북핵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돈과 빽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짧은 문자에 충실하게 나와 있다. 다른 후보의 공약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력’이다. 실천력의 관건은 ‘리더십’이다. 리더십은 품성, ‘진정성’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걸 제대로 알 길이 있나. 그동안 말만 번지르한 ‘가짜’들을 얼마나 보아왔는가. 하지만 선택은 주인의 몫. 결국 주인의 밝은 눈이 답이라는 이야긴데… 토론이라도 열심히 보는 수 밖에.


류을상 논변과소통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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