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게그립(claw grip)'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2017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를 제패한 게 출발점이다. 실제 마스터스가 끝난 뒤 많은 아마추어골퍼들이 집게그립을 따라하고 있다. 영어로 클로그립, 다른 말로는 연필그립이다. '클로(Claw)'는 새의 발톱이나 게 등 갑각류의 집게 발이라는 뜻이다. 퍼팅 그립 모양이 "새가 발톱으로 먹이를 꽉 붙잡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크리스 디마르코가 원조다(Chris DiMarco was among the early switchers to a claw putting grip). 필 미켈슨과 마크 오메라(이상 미국), 왕정훈(22), 이정민(25) 역시 이 그립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퍼팅 스트로크(putting stroke)는 자신의 테크닉을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워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최고의 그립이다.
국내에서는 박도규(47)가 선구자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5승을 수확하자 평가가 달라졌다. 사실 선수와 아마추어골퍼 모두 나이가 들면 손의 감각이 무뎌져 퍼팅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 '입스(yips)'가 오던지 알코올 중독자처럼 손을 떠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지독한 퍼팅 슬럼프를 극복(slump buster)하기 위한 탈출구다.
집게그립은 왼손은 그대로 두고, 오른손을 타깃 방향으로 거꾸로 잡는 방식이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샤프트를 끼운 뒤 백스윙과 스트로크를 한다(right hand upside down on the grip and wraps those fingers around the top of putter). 오른손 바닥이 항상 홀 쪽을 향하는 게 중요하다. 퍼터 샤프트는 일반 퍼터보다 1~3인치 가량 길어야 추 운동(back and through)을 진행하는데 유리하다.
무엇보다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퍼터헤드가 직각(going through vertically)으로 가기 때문에 방향성이 좋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짧은 거리, 빠른 그린에서 효과적이다(The claw grip works on fast greens). 당연히 단점이 있다. 롱퍼팅에서 거리감이 떨어져 홀에 공을 붙이기가 어렵다. 느린 그린에서는 공이 홀 바로 앞에 멈추는 경우가 많아 1~2m 거리에서는 짧게 딱 때려야 한다.
글=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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