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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정이 만난 사람]"'장애인 변호' 월 20만원 벌지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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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법센터 개소 100일 맞은 김예원 변호사

[서소정이 만난 사람]"'장애인 변호' 월 20만원 벌지만 행복 김예원 변호사./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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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변호사가 월 20만원 번다고 하니 주변에서 만류하더라고요. 그래도 가슴뛰는 일이라 행복합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만난 김예원 변호사(35·사법연수원 41기)는 해맑게 웃었다. 이날은 김 변호사가 지난 1월 이곳에 문을 연 장애인권법센터가 개소 100일을 맞는 날이었다.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졸업 후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과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서 공익변호사로 일하던 중 내친김에 직접 센터 개소를 감행했다. 이름은 '센터'지만 장애인권침해 전화상담, 의견서·서면 정리, 거의 매일 있는 출장 등을 혼자 처리해야하는 사실상 1인 법률사무소다. 지금은 혼자 고군분투하지만 점차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비영리 단체 설립도 검토중이다.

센터를 개소하고 첫 달 수입은 단돈 20만원. 장애인권피해사건을 무료로 수임하기에 그 마저도 장애인 관련단체에서 받은 강의료였다.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벌이'만 따져보면 답이 안나온다. 김 변호사는 "주변에서는 '봉사활동' 아니냐고 하지만, 저에겐 엄연한 '직업'"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한' 계속하는 게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자타공인 열혈 워킹맘이다. 그 흔한 '이모님'도 없이 일당백을 해내고 있다. 5살, 2살 딸아들을 둔 엄마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독박육아', '독박살림'을 자처하고 있는 것. 센터 개소 전 공익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첫째는 생후 80일만에 어린이집을 보낸 '독한' 엄마기도 하다. 육아도 소중했지만, 젖먹이를 떼어놓고 일해야 할 만큼 장애인 인권침해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둘째를 낳고 4개월의 짧은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에도 김 변호사는 성폭력상담원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장애여성의 경우 성폭력 피해가 많은데, 직접 상담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사실 김 변호사는 본인이 장애를 가진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겸자분만을 하는 과정에서 눈에 문제가 생겨 큰 병원을 찾았지만 결국 한쪽 눈을 잃고 말았다. 중학생이 돼서야 자신이 의료사고의 당사자임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정보 불균형으로 인해 법이 사회적 약자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줄 수 없음을 깨닫고 그때부터 법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본인의 장애 때문에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시력을 잃은 터라 삶이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고, 학창시절에는 줄곧 '공부 잘하는 아이'로 큰 어려움 없이 지냈다. 3녀중 장녀인 그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으로 인해 서울로의 대학진학은 포기해야만 했다. 사는 곳 근처 지방 국립대에 등록금 면제와 장학금 지원을 받아 입학했고 서울 신림동에 올라와 사법고시 준비 2년만에 합격했다.


김 변호사도 처음에는 자신이 공익변호사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2년차, 변호사 실무수습의 경험은 그의 길을 바꿔놓았다. 난민지원, 성폭력상담소, 장애인단체 등에서 실무를 하는 동안 그가 목도한 현실은 끔찍했다.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인권 피해를 겪은 사회적 약자가 많았고, 더 놀라운 것은 피해자가 자기 옹호를 할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김 변호사는 그들의 피해를 '재수없는 인생'으로 치부하기에는 법적·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행동에 나섰다.


"제가 연수원 41기인데, 당시 졸업생이 1000명이었어요. 한 사람이 만원씩만 모으면 1000만원이잖아요. 1000만원이면 공익활동 전담 변호사 3명의 인건비는 지급할 수 있겠다 싶었죠."


김 변호사는 공익법률기금을 직접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후배 사법연수원생도 동참해 3년동안 3억6000만원을 모금했다. 그는 이때 진로를 결정했다. 한때 연수원 성적에 맞춰 검사를 할까 고민도 했지만, 늘 누군가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누군가의 편,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인상깊은 사건을 묻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동천 재직 시절 공익수임한 사건을 꼽았다. 한쪽 다리에 의족을 한 경비원이 제설작업중 의족이 파손되고 한쪽 다리를 다쳤는데, "의족은 신체가 아니므로 산업재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고 마지막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 김 변호사는 공들여 상고이유보충서를 작성했고, 결국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해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애인이 피해를 당했는데 제가 해결사를 자처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 사람의 편, 조력자가 되고 있죠. 그러면 피해자가 스스로 힘을 냅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돼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감동적입니다."


사건의 경중보다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본질적으로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같이 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변호사와 남편은 매달 월급의 20%를 30군데 달하는 곳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기부는 소비습관일 뿐 숭고한 뜻은 아니다"며 겸연쩍어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을 거창한 활동가보다 그저 '재미있게 사는 어른'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부와 공익활동은 자신이 행복해서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선택이자 '개취(개인적인 취향)'라고 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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