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화학·반도체 제품 수출 60% 늘어
철강·석유 소폭 하락했지만 일상적인 수준…中 수출에 지장 없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되는 와중에도 우리나라 석유ㆍ화학ㆍ철강 분야는 흔들리지 않았다.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중간재'라 불리는 이 제품들은 소비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쓰이는 원료다. 중국도 자국 공장 가동과 법적 분쟁을 우려해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대비 올해 2월 국내 화학제품의 중국 수출은 59.3%(11억8235만 달러→17억9392만 달러) 급증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제품들의 가격 자체가 뛰기도 했지만 석탄으로 제품을 만들던 중국 화학사들이 환경규제로 석탄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되자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을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2월 대중 수출은 24억4700만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8%나 뛰었다.
철강ㆍ석유제품 수출량은 소폭 감소했으나 하락폭은 일상적인 수준이다. 대중 철강제품 수출 물량은 같은 기간 2.7%(40만1869t→39만992t) 떨어졌다. 조선업 불황 탓으로 후판 수출이 줄어든 탓이다. 석유제품 수출량은 723억8000배럴로 15.6% 감소했다. 다만 경유 수출은 32.5% 늘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석유제품 황 함유량 기준을 강화한 다음 자국에서 품질 좋은 경유를 당장 생산할 수 없게 되자 우리나라에서 수입해갔다.
중간재가 사드 후폭풍을 피해가는 이유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중화학 제품은 주로 수출입 장기계약을 하는데 중국이 보복을 한다고 수입을 막으면 계약파기가 돼 중국도 손해"라며 "중국도 중간재를 수입해야 최종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어 아무 대책 없이 수출을 막으면 중국 내 공장들도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간재를 이용한 보복 움직임이 일면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중화학 제품을 대상으로 행동에 나서면 통상규범에 저촉될 뿐더러 WTO제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도 이를 알기 때문에 중간재에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소비재는 '한국 제품 불매 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실적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3월 중국서 7만203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52.2% 감소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일부 소비자들이 반한 정서로 한국 차 구매를 꺼리고 있는데다 일부 경쟁 업체들이 '배타적 애국주의'를 선동하며 악의적인 사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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