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여파 억대 모델들 휴업 상태
롯데免 "일본ㆍ동남아 겨냥해 출구전략"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이슈로 인한 면세점들 피해는 매출 감소만이 아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커지면서 면세점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계약한 한류 스타 모델들도 효용 가치를 잃었다.
12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은 최근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연예인 대신 최지우나 아이돌 그룹 엑소ㆍ트와이스 등 일본 시장에 먹히는 모델을 중심으로 홍보ㆍ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상황이 악화해 중국 타깃형 모델들을 내세우기 힘들다"며 "당분간 일본, 동남아시아 등 여타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모델들을 사용하는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드 리스크가 잠잠해지고 중국 시장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 총 모델 운영비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롯데면세점은 전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한류 스타 총 54명을 모델로 쓰고 있다. 모델료를 공개하진 않지만 1년 단위 계약에서 최대 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만치 않은 모델료를 들인 것은 그만큼 효과가 크기 때문인데, 이런 '모델 파워'는 사드 여파로 힘을 잃은 모습이다.
자연스레 속 앓이도 극심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매출 급감으로 고통 받는 중에 이미 지급한 모델료까지 속절없이 낭비되고 있어서다. 롯데면세점의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떨어졌다. 매출의 70~8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싹 빠진 영향이 절대적이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15일부로 자국 여행사들의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중국인 관광객 매출만 따로 살펴보면 무려 40% 이상 감소했다고 롯데면세점은 설명했다.
다른 면세점들도 매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년 동기 대비 지난달 15~31일 신라면세점 매출은 20% 넘게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의 3월 일평균 매출은 전달보다 30~35% 줄었다. 두타면세점에선 지난달 하순 매출이 상순보다 30% 넘게 떨어졌다.
선호 국가별 모델 옵션이 다양한 롯데면세점과 달리 여타 면세점들은 가용 스타가 1~3명 정도에 그치고, 오로지 중국에만 포커스를 맞춘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 심하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4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한창 중국에서 주가를 올리던 송중기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 모델료는 1년 간 20억원가량으로 책정, 업계 1위인 것은 물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슷한 시기 전지현ㆍ지드래곤과 계약한 신세계면세점, 송혜교ㆍ이광수와 손잡은 신라면세점도 최상위권 수준의 모델료를 지급했다.
갤러리아면세점은 모델 송승헌이 출연한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일본, 동남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중이다. 갤러리아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면세점 그랜드 오픈 때도 중국보다는 일본에서 온 송승헌 팬들이 많았다"며 "아무래도 다른 업체들보다 모델 부문에서의 사드 영향이 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면세점들은 모델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선뜻 재계약 결정을 내리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가 탐내는 스타들이더라도 혹시나 모델료에 부담을 느낀 면세점들이 재계약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매출 급감에 대응한 중국 외 국가나 내국인 대상 마케팅에 주력하느라 모델 부분은 신경도 못 쓴다"며 "특히 모델을 추가로 기용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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