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국회부의장과 탐지거리 갑론을박
박지원 "사드 반대 당론 변화 심각 고려중" 발언도 들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북핵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 둘째날 국회 부의장과 대선주자들을 잇달아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반대 설득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우 대표가 만난 구(舊) 여권 인사들이 사드 찬성 입장을 고수하면서 별다른 성과 없이 귀국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 대표와 강하게 설전을 펼친 인물은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 부의장이다. 양측은 11일 만난 자리에서 사드의 핵심인 X밴드레이더의 탐지거리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우 대표가 X밴드레이더의 탐지거리가 2000㎞에 달해 중국을 위협한다는 자국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하자, 심 부의장이 800㎞라고 반박한 것이다.
우 대표는 "X밴드레이더 탐지거리가 2000㎞인 만큼,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의 전략적인 안보가 크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심 부의장은 그러자 "X밴드레이더의 탐지거리를 잘못 알고 있는데 800㎞밖에 안 된다"면서 "서울에서 함경북도 거리 정도이며, 중국 단둥 일부 지역이 포함될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드가 중국에 큰 위협이 된다는 말씀은 굉장한 오해"라고 덧붙였다.
우 대표는 "(X밴드레이더의 탐지거리가) 800㎞가 맞는 것이냐"고 되물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중국이 X밴드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아닌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 대표의 '800㎞가 맞냐'는 발언은 핵심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우 대표는 같은 날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의 사드 반발에 대해 "안보주권과 국방주권의 침해"라는 비판을 들었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서는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의 변경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달갑잖은 소식을 접해야 했다.
우 대표는 12일 오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접견할 예정이다. 홍 후보는 사드 배치 뿐 아니라 전술핵 재배치를 안보 위기 해법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우 대표 입장에서는 또다시 험난한 방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은 그동안 사드 탐지거리와 관련해 X밴드레이더의 탐지거리를 조절할 수 있고 자국 일부 지역이 사정거리 안에 포함된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중국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2월 "탐지거리가 600㎞인 사드가 중국에 미칠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이 시스템이 계속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외부에서 식별할 방법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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