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KDB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관련 직접 실사를 요구했다. 산은이 제출한 자료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채권자 집회가 오는 17~18일로 예정돼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이날 국민연금 관계자를 만나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 받았다. 대우조선의 정확한 상황과 회생 가능성을 산은과 회계법인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채무재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실사보고서와 회생계획안 타당성에 대해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고 자율적 구조조정안이 정말 최선인지 문제는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연일 자료가 부족해 채무 재조정 동의 여부를 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연금은 "분석하기에 충분치 않은 자료를 근거로 해당 회사의 재무상태와 향후 회생 가능성을 가늠해 제시된 채무조정안에 대한 수용 여부, 즉 사실상의 손실을 선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채무 재조정 결정을 3개월 미루자는 제안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을 일단 갚고 7월 만기 도래분부터 사채권자 집회를 재소집해 채무 재조정을 논의하자는 뜻이다. 국민연금은 21일 만기 도래분 4400억원 가운데 19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율적 구조조정안은)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하는 선택이 될 수 있고 투자 관점보다 기업 또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이 쓰이는 선례로 인용될 수 있다"며 반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국민연금의 자체 실사와 채무 재조정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가 5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을 실사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산은은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실패시 오는 21일 회사채를 막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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