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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cene One Story]오데사 계단의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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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cene One Story]오데사 계단의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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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베일을 쓴 젊은 여인이 총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그녀가 끌던 유모차가 계단 아래로 구르기 시작한다. '오데사 계단의 학살'. 영화 <전함 포템킨>의 하이라이트다. 세르게이 에이젠시테인이 러시아 혁명 20주년을 기념해 1925년에 만든 이 영화는 정치적 선전물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그러나 계단 신으로 압축되는 에이젠시테인의 미학은 작품에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었다.


 영화의 배경은 1905년 6월 27일에 발생한 반란 사건이다. 러시아 최강의 전함 포템킨 호의 수병들은 썩은 고기가 급식되자 분노한다. 그들은 반란을 일으켜 전함을 장악했다. 수병들이 오데사 항에 입항하자 시민들이 환영하기 위해 부두로 나온다. 그러나 황제의 진압군이 출동, 총칼을 휘둘러 수많은 시민이 희생된다. 이 장면을 에이젠시테인의 몽타주 기법이 현란하게 수놓는다.

 몽타주(montage)는 따로 촬영한 화면을 떼어 붙여 새로운 장면이나 내용을 만드는 기법이다. 에이젠시테인은 총을 겨눈 채 저벅저벅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황제의 군대, 칼을 휘두르는 카자흐 기병대, 깨어져 구르는 안경, 여인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선혈 등을 병치해 관객들의 선택을 유도한다. 수많은 감독들이 에이젠시테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 장면을 오마주했다. <언터처블>, <여인의 음모>, <바나나공화국>,<케밥 커넥션> 등이 그런 작품이다.


 유모차에 실려 계단을 굴러 내려간 아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를 보아서는 생사를 확인하기 어렵다. 유모차가 계단 끝에 이르러 막 뒤집어지려는 순간 카자흐 병사 하나가 장검을 내려친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는 안경을 쓴 여성이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른다. 사실 유모차를 탄 아이는 영화 밖에서 순조롭게 성장해 훗날 오데사 대학의 교수가 된다. 바로 물리학 박사 아브람 글라우버만(Abram Glauberman)이다.


 오데사의 계단은 원래 '리슐리외 계단'이나 '거인의 계단' 등으로 불렸다. 에이젠시테인의 영화는 계단의 이름을 바꾸어버렸다. 오데사의 시민들은 '포템킨 계단'이라고 부른다. 흑해를 여행하는 크루즈의 여행안내 지도도 포템킨 계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오데사의 역사는 러시아가 1792년에 건설한 요새에서 시작됐다. 도시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 오데소스(Odessos)에서 가져왔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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